며칠 전, 북한어린이를 돕는 한 시민단체의 창립기념 후원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고 유명인사도 몇 분 눈에 띄었습니다. 단체소개, 축사, 어린이들의 합창, 표창 등 다른 후원행사와 별다를 것 없는 행사에 참석한 이유는 이 단체의 사무총장으로 있는 친구 때문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인 그 친구는 겸손한 명석함과 부드러운 공정함을 지녔습니다. 늘 자기생각보다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들었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도와주는 친구였습니다.
대학입시에 정신없이 지내던 고3 때에도 같은 반이었던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삶에 대해 틈틈이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습니다. 그 삶을 이루고자 저는 사회복지학과를, 그 친구는 사회학과를 선택하였습니다. 제가 가난한 산동네를 돌아다니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열심히 실습하고 있을 때, 그 친구는 민주적이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뜻을 모으고 진실을 알렸습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었을 때, 그 친구는 모든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자라야 한다는 신념으로 공동육아를 시작하여 작은 대안초등학교로 발전시켰습니다. 제가 제도권 안의 사회복지와 사회 속의 교회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몰두하고 있을 때, 그 친구는 제도권 밖의 한 시민단체에서 북한과 남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저와 그 친구의 사는 모습은 다르지만, 우리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시민운동가 출신 후보자가 당선되었습니다. 당선이 확정되었을 때, 그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겸손한 명석함과 부드러운 공정함을 지니고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관심을 가진, 따뜻한 서울시장에 대한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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