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는 종이가 누렇게 퇴색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을 틈틈이 읽으면서 새로운 발견을 한다.
거의 40여 년간 책장에서 잠자고 있던 책 속에서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선교라는 새로운 사명감, 선교는 교회의 본질이고 뿌리라는 당연한 말씀이 새로운 깨달음으로 가슴속에 들어온다. 결국, 나의 삶도 다시 새롭게 재발견하게 되며, 왜 교황님께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을 되새기고자 하시는지 그 뜻을 알아들을 것 같다.
나는 1967년 로마에서 개최된 제1차 세계 평신도대회에 참석하면서 유럽의 몇 나라를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제2차 세계대전 시 남성은 군대에 가서 많이 죽었고, 어려웠던 시기에 교회 여성 평신도들은 사회 곳곳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유럽 사회를 발전시켰다. 그때 여성들의 놀라운 역할을 보고 들으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전쟁 후 어려운 시기일 때, 전국 40여 개 여성단체가 가입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나도 유럽 여성들처럼 한국 여성들과 함께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 사회내 여성의 현실은 열악했고 고통 받는 여성, 매 맞는 여성, 쫓겨나는 여성, 아들 못 낳는다고 학대받는 여성, 심한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 명령에 무조건 순종해야 했다. 특별히 젊은 여성노동자들의 인권문제, 성폭력 등 가난 외에도 많은 여성문제가 산재해 있었다.
유럽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었고, 한국만 아니라 전 세계 여성들이 같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었다. 결국 UN은 1975년 세계 여성의 평등, 발전 평화를 주제로 한 멕시코대회를 시작으로 UN 세계여성대회를 개최하고 20년간 회의를 진행했다. 1995년 북경 세계여성대회를 마지막으로 행동강령을 발표했다. 그 당시 각국 대통령들은 모두 여성의 발전과 모든 차별을 철폐하겠다고 부르짖었다.
우리나라 정부도 여성행동강령을 실천하는 후속작업을 시행했고 여러 가지 법규들이 나와 잠시나마 남성들을 긴장하게 하였고, 오랫동안 여성들이 부르짖던 해방운동도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여성이든 남성이든 가릴 것 없이 우리 사회는 계속 여러 사회문제 속에서 더욱 비인간적인 문제가 대두하였고 결국 인간의 탐욕스런 욕심이 더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 심리학자 에릭 프롬(Erich Fromm)은 그의 저서 “건전한 사회(The Sane Society)”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인간 성격유형을 생산적 정향(定向)과 비생산적 정향으로 나누고, 비생산적 정향은 수동적 정향(Receptive Orientation), 저축적 정향(Hoarding Orientation), 시장적 정향(Marketing Orientation), 착취적 정향(Exploitative Orientation), 4가지 범주로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 착취적 정향, 즉 탐욕적 욕심 때문에 인간의 문제는 계속되고 건전한 사회는 멀기만 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의회 문헌을 되새기면서 새 시대 새 복음화란 무엇인가? 되뇌인다. 사실 초대교회나 현대사회나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왜냐하면, 그 해답은 마르코복음 14장의 말씀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과월절 이틀 전 곧 무교절 이틀 전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몰래 예수를 잡아 죽일까? 하고 궁리하였고, 이때 예수님께서 나병환자 시몬 집에 계실 때 어떤 여자가 값진 순 나르드 향유가 든 옥합을 가지고 와서 예수의 머리에 부을 때 많은 지도자 및 제자 중 한 사람은 비싼 향유를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고 비판을 했다.
그러나 이 여인은 탐욕적이고 즉흥적이 아닌 멀리 하느님의 나라를 꿈꾸며 예수님의 복음 선포가 온 인류에게 향기와 더불어 펼쳐 나아갈 것을 희망했다.
그녀는 선교의 꿈을 가지고, 세상의 욕심이나 비판에도 굴하지 않은 채 예수님 머리에 비싼 향유를 붓지 않았던가? 오늘날 우리도 이 초대교회 여인의 지혜를 배우며 새 시대 새 복음화의 참뜻을 알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