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은 마흔네번째 맞이하는 평신도 주일이다. 한국교회의 평신도 주일 역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직후로 거슬로 올라간다. 공의회가 지난후 1968년 7월 한국에서는 현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전신인 ‘한국가톨릭평신도사도직중앙협의회’가 출범했고 주교회의가 그해 10월 총회에서 한국 평협을 인준하고 또 그 건의사항을 받아들이면서 대림 제1주일이 평신도의 날로 정했다.
그 이듬해 주교회의 총회는 평신도의 날 둘째 헌금을 거둬 본당과 교구 전국 기구가 사용토록 했으며 발족 3년 후부터는 연중 마지막 전 주일이 ‘평신도 주일’로 지내게 됐다.
한국 평협은 올해 평신도 주일 강론 자료를 배포하면서 ‘흰색 순교’의 삶을 강조했다. 흰색 순교란 매순간 생활을 통해 순교 정신을 사는 것을 말한다. 초기 교회 순교자들처럼 칼날 앞에서 신앙을 위해 피를 흘리는 순교는 아니지만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죽을 각오로 즉 순교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한국 평협은 금년 5월부터 시작한 한국 순교자 124위와 최양업 신부 등 ‘하느님의 종’들의 시복 시성 청원 기도 운동의 맥락에서, 한국교회 평신도들이 시복시성 운동 안에서 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아 그 순교의 정신으로 현재의 세상 안에서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기를 요청했다.
세속의 삶 안에 있는 평신도들은 세상 일을 통해 하느님 나라와 복음을 선포하는 고유 사명을 지니고 있다. 한국 평협이 평신도 주일 강론 자료에서 지적한 것 처럼 점차 복잡 다단해지는 세상 흐름 속에서 이러한 평신도들의 몫은 교회 안에서 교회 일을 맡은 성직자들의 사명보다 더 절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금의 한국교회를 사는 평신도들은 특별히 가정과 사회 안에서 이러한 흰색 순교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내적 성숙과 질적인 복음화 필요성이 절실한 한국교회가 보다 성숙한 교회로 성장하는데 요구되는 것은 이러한 평신도들의 흰색 순교 정신이 아닐 수 없다.
한국 평협은 순교자들의 순교 정신을 따를 것을 요청하면서 그들이 보여준 애덕의 모습도 본받자고 했다. 나눔과 배려가 절실한 우리 사회 안에서 순교 정신과 함께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야할 평신도들이 특히 한국 평신도들이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평신도 주일이 명목상의 평신도 주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평신도들의 자각과 새로운 다짐이 필요하다. 순교를 각오하고 신앙을 살았던 초기 교회 평신도들 모습처럼 보다 단호한 신앙의 의지 속에 새로운 복음화의 주체로 서는 평신도들의 모습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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