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수능시험이 끝났다. 우선 수험생 뒷바라지에 물심양면 헌신한 모든 부모님의 노고와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낸 수험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오직 이 하루만을 위해 준비해온 수험생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수능이 끝난 후 허망함을 느끼기 십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능이 끝나고 두통이나 불면증, 초조감,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보이는 수험생들이 많다고 한다.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생활도 나태해져 공허감, 일시적인 우울함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성적에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더욱 그렇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휴식이 필요하다. 그냥 먹고 노는 휴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휴식은 새롭고 창의적인 영감을 주는 감정이 내면에서 일어나도록 자극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청소년들은 이런 휴식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접할 기회가 적었다. 신자 청소년들에게 하느님 안에서 자신의 되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피정으로 지친 신심을 달래거나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실제로 각 교구나 수도회 등은 수험생들의 영적 충전을 위한 유익하고 알찬 피정을 마련하고 있다. 단체 피정이나 프로그램이 부담스럽다면 개인이나 친구, 가족 단위의 피정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경기도 파주시 예수마음배움터의 ‘애니어그램 프로그램’이나 춘천교구 겟세마니 피정의 집 피정을 등을 추천해본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그간의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를 풀기 위해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나친 감각적 휴식은 정신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생활리듬을 잃게 한다. 무엇보다 ‘수능 끝은 곧 신앙 끝’이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우리 교회도 수험생들을 위한 체계적인 사목 프로그램 활성화가 절실하다. 수능 100일을 앞두고 간절하게 기도하거나 합격을 기원하며 성지를 순례하기도 하지만, 정작 수능이 끝나면 의무를 마친 것처럼 성당을 찾지 않는 청소년들도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시험 결과를 뛰어넘어 하느님께 감사할 줄 아는 신앙적 비전을 가진 건강한 청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우리 교회 안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교육과 피정, 강좌 등에 적극 참여하자. ‘입시’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하느님 안에서 자신의 귀한 존재감을 느껴보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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