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이에게 “엄마가 너 공부는 못했다는 거 사람들에게 얘기해도 돼?”하고 묻자, 아이가 친구와 열심히 문자를 하면서 시큰둥하게 “엄마만 안 창피하면….”라고 대답합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학교 방송반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아이는 방송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학부과정으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3때에도 공부는 열심히 안했지만, 영화에 관심있는 친구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여 내레이션을 담당했습니다. 아이는 주위의 모든 사물들과 동물, 자연 등에 관심이 많아 사진이나 만화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 작품들이 제 눈에는 제법 그럴 듯하게 보입니다. 공부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제일 힘들다는 유아반 주일학교 교사도 열심히 하는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전혀 창피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과 꿈을 향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부럽기까지 합니다.
공부와 상관없이 훌륭한 삶을 보여 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난을 이기고 최고의 기업을 만든 성실한 사업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여 세계 정상에 오른 운동선수, 전 재산을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아낌없이 기부한 노부부, 신체적인 장애에도 불구하고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사실,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여러 분야의 달인들도 학벌이나 부에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입니다. 무의미하거나 고통스러운 것들을 즐거움과 희망의 원천으로 변화시킨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이번에 수능시험을 본 친구 아이들과 본당 고3 학생들, 모든 입시생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며 기도를 합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향해 당당한 선택을 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선택을 창피해 하지 않고 지지해 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 선택은 아이들 삶의 소중한 희망이며 꿈을 위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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