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번만 ○○해주시면 다음 주부턴 평일미사도 참례하고 ○○○가서 봉사활동도 할께요』
가끔 내가 드리는 기도였다. 문득 이렇게 조건부로 기도를 드리는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게다가 사순시기가 되니 그동안 일상 생활에서 너무도 많이 하느님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급할 때만 떠올렸던 하느님.
큰 맘 먹고 『이번 사순 기간 동안만이라도 하느님을 위해 매일 선행을 한가지씩 하고 간식을 딱 끊고 돼지저금통을 살찌워야지』라고 결심했다. 또 잘 실천하면 레지오 활동보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도 냈다.
결심한 첫날. 아니나 다를까 바쁜 일상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하루종일 실천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음 날은 꼭 실천하리라 다짐하고 집을 나섰다. 버스 안. 편안히 앉아 창밖을 보고 있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버스를 타셨다. 꽤 큰 가방을 들고 오르셨는데 순간 나는 『자리를 양보해야지』하는 생각에 앞서 『뒤로 가시면 자리가 있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아차 싶어 후회하는 찰나 아주머니는 내 옆에 와서 섰고, 양보할 순간을 놓친 나는 뒤늦게 일어나는 것이 무안해 그냥 앉아 있으니 완전히 바늘방석이었다. 『어쩌나』고민고민 하다가 용기를 내 아주머니를 보고 웃으며 『죄송합니다.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뜻밖이라는 표정의 아주머니 얼굴을 보는 순간 난 더 무안해져 빨리 버스가 서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무언지 모르게 상쾌함이 느껴졌다. 처음만 어려웠다. 누군가는 늘 하는 선행이지만 내가 하는 것의 기쁨은 또 달랐다. 오후엔 은행 자동출금기 앞에서 시간이 촉박한 듯 여러 줄을 기웃거리는 한 학생에게 『먼저 사용하세요』라는 말을 건넬 수 있었다. 자판기에 넣으려던 500원짜리는 돼지저금통으로 땡그랑.
이젠 레지오 활동보고가 아니라 정말 사순기간 동안 하느님께 선물을 드리는 마음으로 『오늘은 제가 당신을 위해 ○○○을 했어요』라는 말을 웃으며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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