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국내에 개봉된 영화 ‘씬 레드 라인(Thin Red Line)’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태평양의 전략 요충지 과달카날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군은 일본군이 점령 중인 과달카날섬의 고지를 다수의 희생을 치른 끝에 결국 빼앗는다.
고지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미군은 무차별적으로 일본군을 학살하는데 그 상황에서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장면이 등장한다. ‘한 일본군’을 목도한 미군이 전기에라도 감전된 듯 학살을 멈춘다. 그 일본군은 죽고 죽이는 아수라장의 한복판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을 합장한 채로 망망대해의 고독한 섬처럼 앉아 있었다.
이른 아침 지하철도 나름의 전쟁을 치른다. 이름을 붙이자면 ‘출근 전쟁’이다. 기다리던 열차가 도착했을 때 객실은 이미 승객들로 꽉 차있기 일쑤고 단 몇 분도 출근을 늦출 수 없는 사람들은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가려 안간힘을 쓴다. “다음 열차를 이용하세요”라는 약간은 짜증 섞인 안내방송이 두세 번 나오고 나서야 열차는 힘겹게 출발한다.
탑승에 성공해도 열차 안은 미어터질 듯해서 옴짝달싹하기 힘들다. 그런 와중에 놀랍게도 성경을 펼치고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徹)하다’는 말을 실행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성경을 읽는 눈이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쳐다보면 예외 없이 개신교회 성경이다. 개신교회 신자들에게는 성경을 읽는 것이 일상이며 호흡인 것 같다.
가톨릭신자에게 성경은 성서모임이나 성경필사처럼 특별히 시간이나 장소를 내야 손에 쥐게 되는, 가까워야 하지만 먼 존재가 아닐까.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 1) 하느님은 곧 말씀 다시 말해 하느님은 성경이라는 뜻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성서주간을 계기로 성경과 보다 친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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