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적인 사목적 관심사로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주교들이 머리를 맞대온 한·일주교교류모임이 올해로 17회째를 맞았다.
8∼10일 사흘간 일본 센다이교구에서 열린 이번 한·일주교교류모임의 주제는 ‘생태신학’이었다. 생태 문제를 주제로 잡은 것은 그만큼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생태를 둘러싼 문제가 심각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이번 모임에서 두 나라 주교들이 주요 의제로 삼은 원전과 제주 강정마을, 4대강 문제 등은 각국 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사안들이다.
두 나라의 통계를 잠시만 들춰보더라도 한·일 양국 정부가 생태문제에 있어 상당히 수구적이고 인간중심주의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원자력발전을 에너지문제 해결의 유일한 대안인 양 대해온 두 나라 정부의 태도에서 이러한 점은 쉽게 드러난다. 그나마 일본의 경우 지난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원전 54기를 보유 중인 일본은 2030년까지 14기를 추가로 건설하고, 전체 전력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모든 원전에 대해 1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점검을 실시하도록 했다. 안전검사가 종료된 일부 원전도 사고 이후에 재가동이 결정된 사례가 없다. 지난 7월 초에는 간 나오토 총리가 원전 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원전 가동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원전을 확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러한 양국의 심각한 현실 앞에 한·일 주교들은 사목적 대안, 그리스도인적 자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이번 모임에서 개발과 탐욕에 의해 병든 우리 사회에 생명 중심의 가치관이 절실함을 역설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리스도인들조차 인간중심주의적인 가치관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개발이 이뤄져 당장 자신의 삶이 좀 더 편리해지고 윤택해지는 데에만 눈길을 두고 세상과 자손의 미래에는 애써 눈감는 모양새다.
한·일 두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나라로 손꼽히지만 생태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후진국적인 모습을 적잖게 보여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두 나라 주교들의 고심에 찬 행보가 양국 사회의 변화에 의미있는 몸짓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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