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사랑하는 구역 식구들과 대모산을 거쳐 구룡산 등반길에 제법 몸집이 넉넉한 나도 뒤뚱뒤뚱 마음은 가볍게 따라 나선다.
하나, 둘, 셋 구령 부치며 몇발자국 뛰어보지만 지나온 삶의 무게이양 몸은 천근만근 마음만 앞서 뛸뿐 금새 포기하고 만다. 잠시 숨을 몰아쉬며 바위에 걸터 앉아 땀을 식히고 주위를 둘러 본다. 너울너울 머리 위를 맴도는 호랑나비가 끙끙대며 오르는 날 응원해준다.
가파른 언덕마다 서있는 나무에게 의지하기도 한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끊임없이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며 버팀목이 되어 주는 가엾은 나무에게 작은일에도 무관심하고 감사할줄 모르는 내면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다.
『야~호! 드디어 정상!』
속삭이듯 이마를 식혀주는 산들바람이 세속에 찌든 몸과 마음도 모두 씻겨주는듯 구름을 타고 두둥실 하늘에 오를듯 상쾌하기만 하다. 사방으로 내려다 보이는 산봉우리마다 뭉실뭉실 형형색색으로 아름다운 극치를 이룬다.
오 주여!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주님의 숨결을 느끼게 하시니 감사하나이다. 특히 사랑하는 교우님들과의 인연을 주심에 감사하나이다.
멋스런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엔 제법 운치가 있고 발걸음도 가벼웠지만 희망으로 정상을 향해 숨가쁘게 오르던 때의 설레는 기분과는 또다른 감각으로 다가왔다.
그래…. 이쯤에서 우리네 인생 역정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이 있듯이 가파른 길 가시밭 길 두려워 말고 큰 십자가를 질수록 부활을 누린다는 희망으로 기꺼이 스스로 택해야 할 험난의 길을 찾도록 하자.
주님! 제 안에 당신 함께 늘 머무르시어 어떠한 고통도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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