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도 오늘처럼 추웠다. 도요안 신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날 밤, 유난히 일찍 찾아왔던 강추위에 오들오들 떨던 사무실 창 밖 플라타너스 나무와 커서가 껌뻑거리는 하얀 모니터 화면을 번갈아 쳐다보며 기자는 “이젠 누가 불의한 세상을 향해 불호령을 내리고 목발을 휘두를까?”하고, 도요안 신부에 얽힌 ‘목발의 추억’에 대해 썼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조금씩 희미해질 법도 한 그에 관한 기억은 이상하리만치 더욱 또렷해진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요한 1,23)”라는 사목표어처럼, 언제나 세상을 향해 외치던 그의 불호령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취재를 위해 찾은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 7층 사제관에,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대표사제회의 구석진 자리에, 이주민들을 위한 행사장 어딘가에, 목발을 짚고 선 백발의 도요안 신부가 나타나 짓궂은 농담을 건넬 것만 같다.
선종 1주년이 지났지만 많은 이들이 도요안 신부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보내기보단 오히려 마음 더 깊숙한 곳에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11월 20일, 도 신부가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 3층 대강당에서 도요안 신부 선종 1주기 기념행사가 열렸다.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치러지던 그 행사에 도 신부를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모여들었다. 도 신부를 추모하는 인파 속에서 도 신부의 출생에서 죽음까지의 모습을 담은 한 권의 화보집에 담긴 그리운 그의 웃음도 볼 수 있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처럼, 그리스도의 길을 앞서 걸으며 그분의 길을 닦았던 세례자 요한처럼, 이 시대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내 언제나 그들의 친구가 되었던 도요안 신부. 이제 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가 닦은 길을 열심히 따라 걷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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