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 후면 그의 2주기가 돌아온다. 한 해 동안의 세월이 두 번이나 흐르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그가 남긴 자취에서 전해지는 잔향은 더욱 짙어만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수단의 슈바이처’라고도 불리는 ‘울지마 톤즈’의 고 이태석 신부 이야기다.
이번 주만 해도 이태석 신부와 관련된 뉴스들이 여러 개 지면을 채웠다. 부산의 한 본당이 이태석 신부의 신앙과 삶을 본받기 위한 걷기대회를 지역 안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는 소식이 있었고, 오는 15일 교황청에서는 이태석 신부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 시사회가 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또 ‘울지마 톤즈’가 곧 7개 국어로 번역돼 전 세계 살레시오수도회 교육원에서 소개될 예정이라고 했다.
교회 바깥에서는 외교통상부가 최근 첫 이태석상 시상식을 가졌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지난 8월에 제정된 이 상은 故이태석 신부의 봉사정신을 기억하고,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위상 제고에 기여한 봉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물질적인 풍요와 성공을 보장받는 의사직을 버리고 사제의 길을 택했던 그. 사제가 된 이후에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 아프리카 수단 톤즈 지역에서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 벗이 되어 살았던 이 신부의 스토리는 이제 교회 테두리를 벗어나 전 국민에게 진정한 사랑과 나눔의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아이콘으로 번져가 있는 상태다. 그리고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의 비유처럼 국경과 국경을 넘어 점점 더 큰 감동으로 전 지구인들에게까지 다가서고 있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스며드는 그의 삶의 궤적이 이렇게 인상 깊은 이유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것은 점점 더 극심해져가는 물질주의 이기주의 쾌락주의의 세파 속에서, 그야말로 속세의 셈을 거스르면서 가진 것을 나누며 올바른 사랑과 봉사의 삶을 보여주었고 또 무엇보다 본인이 그렇게 직접 살았던 모습 때문일 것이다. 또 그만큼 많은 이들이 그가 보여준 삶의 이야기, 즉 ‘말보다 실천’ ‘헌신과 겸손’ 그리고 ‘진정성’안에서 이 시대가 진심으로 필요로하는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생전의 이태석 신부는 하늘나라의 ‘참된 수학’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하나를 열로 나누면 1/10으로 줄어드는 ‘속세 수학’과 달리 하늘나라의 ‘참된 수학’에서는 가진 것 하나를 열로 나누었기에 그것이 ‘천’이나 ‘만’으로 부푸는 것”이라고. 그 끊임없는 나눔만이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행복의 정석을 톤즈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배우게 된다고.
‘울지마 톤즈’의 도입 부분에서는 이태석 신부가 ‘열애’라는 곡을 열창하는 장면이 나온다. 붉은 단풍 잎이 시리도록 푸른 어느 가을 하늘 날, 요양원으로 보이는 곳의 야외 무대에서 이 신부는 ‘이 생명 다하도록 불꽃을 피우리라’고 노래한다.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 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고.
그 노랫말처럼 이태석 신부가 남긴 그리스도를 닮은 사랑의 삶 그리고 나눔의 삶은 진주보다도 영롱하게 세상 안에 진정한 사랑의 전령사가 되어 모든 이들에게 참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 보도록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그리스도의 향기’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우리들에게 이태석 신부는 그렇게 또 하나의 표지판이 되어 이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일러주고 이끌어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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