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톨릭행려인복지협의회는 매년 12월이 되면 도심의 지하철역에서 노숙하는 아저씨들의 동사(凍死)를 예방하기 위해 야간순회를 시작합니다.
시설 실무자들과 봉사자들로 구성된 야간순회팀은 뜨거운 둥글레차와 컵라면, 양말, 장갑 등을 준비해서 밤 11시부터 새벽 2시경까지 아저씨들에게 나누어 드립니다. 그분들이 추운 겨울동안 밖에서 지내기 위해서는 누런 종이상자가 꼭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종이상자를 펴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세워서 바람을 막아야 합니다. 작년에 제가 만난 어떤 아저씨는 종이상자로 천정까지 갖춘 튼튼한 방을 만들어 그곳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종이상자는 냉기를 막아주는 그분들의 이부자리이고 방이며 집이었습니다.
최근 모 대기업의 정리해고자였던 여성 노동자의 특별한 농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공장에 설치되어 있던 35미터 높이의 크레인에서 309일 동안이나 살았습니다.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그 높은 곳에 있는 차가운 금속상자가 그의 집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고공농성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문제를 알리고 소통하게 만든 희망의 계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노숙 아저씨들의 종이상자로 만든 집을 보았을 때처럼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한국교회가 서른 번째 인권주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또한 올해부터 이번 주간이 사회교리 주간으로 정해지면서 한국교회가 사회 속의 교회로서의 사명에 더욱 충실하기를 희망합니다. 저 또한 모든 인간이 가장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헌신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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