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회사, 동호회, 친구 등 모임이 많다. 해를 보내며 모이는 이 자리들엔 술이 빠지지 않는다. ‘술독에서 술독으로 옮겨 간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개신교 신자들이다. ‘술자리’에는 함께하지만 결코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홀로 꿋꿋하게 술을 마시지 않는 모습을 보노라면 일종의 우직함마저 느껴진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에 ‘그래가지고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나?’라며 혀를 찬다.
문득 사회생활에 반드시 술이 있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본다. 물론 개신교 신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옳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의 술 문화를 한 번쯤 돌이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의 술 문화를 신기하게 여긴다. 그들에겐 인간관계에 술이란 필수도 아니며 ‘원 샷’, ‘잔 돌리기’ 등 술을 강요하는 습관도 없기 때문이다.
단중독사목위원회장 허근 신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린 인간관계를 대체로 술로서 끈을 맺으려 할 때가 많아 대접도 술대접이라야 대접받았다고 느낀다”면서 “우리는 예로부터 차를 마시며 인간관계를 맺었는데 지금은 잘못된 문화가 좋은 문화인 양 횡행하고 있다”며 한국사회의 술 문화를 우려한 적이 있다.
믿는 이로서 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해본다. 성경은 금주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술에 취하지 마십시오. 거기에서 방탕이 나옵니다. 오히려 성령으로 충만해지십시오”(에페 5,18)라고 말한다. 제정신으로도 죄짓지 않기가 어려운데 술에 취하면 오죽할까. 개신교 신자들처럼 술 자체를 경계하는 것은 어떨지 모르지만 술에 취해 죄를 짓는 것은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다.
대림 3주. 우리는 성탄을 맞이하며 장차 오실 주(主)님을 모시기 위해 고해성사로 죄를 깨끗이 하고 있다. 술도 좋지만 주(主)님을 모실 자리에 주(酒)님을 모시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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