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님과 주고받은 다섯통이 편지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네명의 딸들…. 비록 주교님은 떠나셨어도 영원히 저희들 가슴에 살아 계십니다.
주교님! 저는 주교님이 떠나시고 나서 얼마나 크신 분인지 가톨릭신문을 보고 알았답니다. 그저 저랑 편지를 주고 받을 때는 마음 좋은 할아버지 같은 편한 마음으로 투정도 하고 심지어 아이들을 낳기만 해서는 현실이 너무 어렵다는 등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등 소인배 같은 투정에도 주교님은 꼬박꼬박 답장을 주셨지요.
떠나시고 나서야 그 자상함과 겸손 속에 숨겨진 큰 사랑의 뜻을 깨닫고 하염없이 눈물이 납니다.
제가 한국이란 땅은 교육이 잘못되고 돈도 너무 들어 언니들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이민가려고 미국간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편지를 드렸을때 주교님은 차분히 저를 설득하시는 편지를 주셨지요.
자유분방한 그 나라에서 자칫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의 딸들이 가치관이 잘못되면 신앙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한국을 지키면서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길 권하셨지요.
남편과 저는 많은 고민을 하다가 주교님의 뜻을 따르기로 하고 저는 지금 새로운 직장을 구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답니다. 제가 첫 월급을 받아 동충하초즙을 사서 리따 수녀님을 통해 보내드렸는데 다 잡수시고는 가셨는지요?
늘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주교님!
주교님의 뜻을 받들어 태어난 많은 어린이들 속에서 행복해 하시던 50주년 금경축에서 아이들 많이 낳아 세상에서는 부끄러웠지만 자랑스러웠던 시간이었답니다.
우연이었는지 하느님의 뜻이 함께 하셨는지 제가 셋째를 임신하고 고민할 때(직장을 잃기 싫어서) 견진성사를 주시러 오셨던 주교님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아기를 많이 낳으라고 하시면서 어머니로서의 성소를 알고 순종하라고 하셨지요. 그때 낳았던 셋째 마르타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지금에야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교님께서는 제가 어려움을 느낄때마다 사제생활 50년 동안 외치고 또 외치며 더 많은 아기를 낳아 주십사 하고 아침·저녁 기도 하신다면서 하느님께서 그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보살펴 주실 것으로 믿으라고 편지해주셨지요.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라는 자서전도 보내주시면서 84쪽 어머니의 항목을 꼭 읽어보라는 당부와 함께」.
주교님! 보잘 것 없는 평신도인 저에게 대만에서 귀국하고 저의 네딸의 사진이 반겨주었다고도 하셨고 사제 성소 중 실패하는 젊은이의 성소를 살리느라고 노력해서 10여명의 사제가 주교님의 노력으로 사제가 될 수 있었다고 하시면서 함께 기도를 부탁하시기도 하셨지요. 그리고 중국 길림 신학교에서 60여명의 신학생을 도와주고 계신다면서 더군다나 길림교구 신부 3명을 로마로 보내서 공부하게 했다고 하셨지요. 그 때는 뭐가 뭔지 모르고 읽은 편지 내용이었지만 최근 가톨릭신문에 나온 주교님의 기사를 읽으면서 주교님의 큰 사랑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다만 하느님께서 태어난 생명을 부끄럽지 않게 키워주신다는 말씀을 가슴 속에 소중하게 품고 이 세상에서 열심히 살다가 주님 대전에서 다시 뵙기를 소원합니다.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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