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한국교회가 인권주일부터 한 주간을 사회교리주간으로 결정했다. ‘새 복음화는 사회 교리 실천으로’라는 주제가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마치 현대 사회가 신앙인들을 향해 ‘깨어나라’는 강력한 요청의 메시지인 것 같았다.
며칠 전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자매님이 인터넷을 통해 교리를 다시 공부하면서 선교의 열정이 생겨났다고 체험을 얘기해 주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신자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봉사는 열심히 하는데 교리에 대해서 용어의 의미조차 모르기 때문에 누가 물어도 대답을 자신 있게 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 내 마음이 찔끔했다. 병원사도직만 하다보니까 교리에 대해서 질문을 받으면 명쾌하게 설명해 주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엇을 보는가는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스티븐 코비 박사는 말한다. 신앙인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비신자들과 무엇이 다른가? 다르게 보는 것을 다르게 실천하고 있는가? 이 시대 신앙인으로서 패러다임을 어떻게 전환해야 할 것인가?
의식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옳은 것을 올바르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내가 갖고 있는 태도나 행동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복음적인지를, 성찰의 시간을 통해 자주 비춰보곤 한다. 비윤리적이고 생명에 해가 되는 정책이나 의견들이 정의와 사랑의 그물에 걸러지려면 신앙인의 의식이 깨어있어야 한다.
의료관광코디네이터 양성교육과정을 밟고 있는 분이 프로젝트를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 불임치료로 유명한 의료기관을 소개받아 정보를 얻고 싶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의료관광마케팅의 문제점에 대해 대화하면서 가톨릭 신자로서 어떤 의식을 가지고 생각하며 행동해야 하는지를 말해주었다.
정보와 산업화 시대에 이익만을 생각하고 윤리적인 면을 외면한 채 질주하고 있는 사회현상은 결코 옳은 방향은 아니다. 힘에 의해 마음대로 조작되어지고 원칙이 무너져 내리는 현상이 너무도 당연하게 행해지고 있음을 돋보기가 없어도 선명하게 볼 수가 있다.
거품으로 가려 속이고, 겉과 속이 다르게 포장되어 있다. 눈을 뜨고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일들이 참으로 많은 세상이다. 힘없는 이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은 돈으로 해결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가 없다. 흰색을 희다고 말하지 못하고 검은색을 검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름답고 존귀한 삶을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더 많을 텐데 연일 뉴스를 통해 듣게 되는 사회 부조리와 인권의 문제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깨어 있는 양심의 소리가 잠잠하지 않는 한, 세상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진실을 옹호하는 영혼이 살아 있는 한, 어둠은 결코 빛을 덮치지 못할 것이다. 삶의 양심의 소리가 잠잠하고, 어둠에 등불을 켜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희망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필립 2,15)
진실하게 산다는 것은 신앙인답게 살아가는 일이다. 세상에 속하면서도 속하지 않는 삶은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16,33)고 용기를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의 여정이다.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No pain, No gain’이란 말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부활의 증거자로서 세상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고통은 신앙인의 특권이라는(필립1, 29)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떠오른다.
신앙인은 이 시대의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자 요한이다. 또한 사랑으로 세상을 치유하는 그리스도의 지체이다. 각자의 사명과 역할에 성실하게 응답하면서 공동체의 일치와 사회정의를 이루는 삶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나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하나 물들어
산이 달아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나하나 꽃피어- 조동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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