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경건한 기도문이 타박타박
경박한 입술을 타고 삼열 종대로 행진한다
옹알이를 모르는 아이의 옹알이처럼
엎드린 정수리 너머 제삿상의 떡만 그득 담긴
배고픈 눈동자처럼
포만한 나무늘보의 기지개처럼 따분하게 들이켜는
기도문 한 사발,
불편함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눈이 까만 제3세계의 뼛조각을 겨우 맞춰놓은 아이와
미래후손의 자원을 땡겨쓰는 도덕적 도둑질
베니스의 상인에게 비계 덩어리 3kg만 상흔없이 팔 수 있다면
여보게 후손들, 부숴진 21세기의 소금포대같은 뼛가루 뒤에
따라오는 기차도 연료가 필요하는가
들이켠 한 사발 기도문이 쓰디쓰다
생전 마지막 포도주를 마시고 돌아오지 못할 여행가방을 싸듯
더디게
먹구름이 둘러싸고
신부님의 강론은 불편하다. 불편해서 쓰다
몇 푼의 돈과 늘어나는 비계덩어리와 몇 동이의 밑빠진
근심의 물이 평정을 잃고 찰랑찰랑 움직이어 불편하다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악에 익사당할 지경인 콧구멍을 벌름거리는 내가
여기,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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