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을 며칠 앞두고 필자는 인상 깊은 두 건의 성탄트리 점등 장면을 접할 수 있었다.
하나는 서울 한복판 조계사에 불 밝힌 트리다. 조계사 일주문 앞에 불교의 참 가치인 생명과 나눔 평화를 실천하자는 뜻의 세 가지 트리가 점화됐다. 평소 찬불가를 불렀을 조계사 여성합창단이 대표적인 성탄 캐롤 ‘위 위쉬 유어 메리크리스마스’(We wish your Merry Christmas)를 부르는 모습이 뉴스 영상에서 흘러나왔다.
지난해부터 조계사는 종단 차원에서 성탄절 트리를 밝히고 있는데, 주교회의와 함께하는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 프로그램 안에서 가톨릭과 함께 점등식을 가진 거였다.
최근 종교간 대화 모임이 활발해 지면서 특히 가톨릭 불교 간에 부처님 오신 날이나 성탄절 등 서로의 축일을 축하해 주는 장면이 낯설지 않았으나, 불교 색을 띤 동양적 느낌의 트리가 사찰내에 불을 켠 광경은 신선한 자극이었다.
점등식 소감을 통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아기 예수 탄생을 맞아 나를 돌아보고 내 안의 빛에 화답하며 사회를 밝히는 한 점 불빛이 되자’고 했다. 예수님의 탄생이 세상의 모든 벽을 넘어서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또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베들레헴 서안 광장에 불을 밝힌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광장 중앙에 높이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이 켜지자 많은 시민들이 환호했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모인 사람들은 베들레헴 서안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었다.
현재 이스라엘 베들레헴은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이다. 예루살렘과 베들레헴 사이에는 커다란 분리장벽(이스라엘서는 보안장벽이라 지칭)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 들어오고 나갈 때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보안 검색이 필수적이다.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지가 미움과 갈등 분쟁의 장소로 전락해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성탄 트리를 점화하며 빅터 바타르세 베들레헴 시장은 ‘언젠가 우리도 자유의 팔레스타인을 갖게 될 것이며 이것이 우리가 갖는 희망의 메시지’ 라고 말했다.
조계사와 베들레헴의 성탄 트리가 내내 마음 안에 남았던 것은 모든 사람을 비추기 위해, 평화를 주러 세상에 오신 ‘참 빛’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였기 때문이다.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염원과는 달리 점점 더 극악스러워지는 듯한 세태속에서 성탄절은 그래도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뜻을 곱씹어 보며 다시 한 번 평화 사랑 가난 겸손의 단어들을 마음 안에 담게 하는 듯 하다.
금년 성탄절 교구장 성탄 메시지들 중 한 교구장은 죽음의 문화가 가득하고 점점 양극화가 극심해져 가고 있는 이 세상에서 ‘세상의 눈’이 아닌, 하느님의 눈 사랑의 눈을 지녀줄 것을 역설했다. 모든 행위에 사랑을 넣으면 모든 것이 크고 위대한 것으로 변화된다는 것이었다.
아빌라의 성녀 대 데레사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는 손과 발을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그분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한다’고 했던 말이 비슷한 맥락으로 들린다.
마음과 눈에 아기 예수님의 사랑을 넣고 그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그분의 손과 발 역할이 될 것을 각오하는 성탄이었으면 좋겠다.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아가길 다짐하는 우리 신자들은 더욱 그 의미들을 되새겨야 하지 싶다. 그런 마음들이 모아진다면 어두움이 가득해 보이는 이 세상이 좀 더 환하고 따뜻해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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