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기가 맨 몸으로 누워 있다. 신생아는 스스로 체온조절을 할 수 없어 너무 추워도, 너무 더워도 안 된다. 누군가가 빨리 그를 도와주어야 살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우리에게 오셨다. 당신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주시기는커녕 우리 도움이 없이는 당신이 살 수 없는 처지로 오셨다. 아기 예수님은 우리에게 “나는 나를 감싸 줄 포대기와 허기를 채울 젖, 마음을 안정시켜 줄 따뜻한 품과 나의 탄생을 환영하는 기쁨에 찬 눈길이 필요해요.”라고 말씀하신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은 우리를 향한 당신의 믿음과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셨고, 이 시도는 성공했다. 예수님은 부모님과 이웃의 보살핌 속에 하느님과 온 인류를 위해 당신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많은 청소년들이 자라나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15∼24세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가 고의적 자해, 곧 자살(自殺)이다. 2010년에만 19세 미만 청소년 353명이 목숨을 끊었다. 2010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15∼19세 응답자 가운데 10.1%가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고 한다. 겉으로 보면, 많은 청소년 가운데 몇몇이 자기 목숨을 포기했다 할 수 있지만, 그들은 “내게 이곳은 너무 춥고, 나는 여기에서 환영받지 못해요. 나는 여기에서 필요 없는 존재예요. 누구도 내게 관심이 없어요.”라고 절규하는 것으로 들린다.
청소년의 자살충동 원인은 성적 및 진학문제(37.8%), 가정불화(12.6%), 외로움, 고독(11.2%), 경제적 어려움(10.5%) 등이라 한다. 이 청소년들은 공부든, 운동이든, 자원봉사조차 남을 앞서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도록 강요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 자기 것을 먼저 챙기는 것을 칭찬하는 우리 삶의 방식을 죽음으로 내모는 압박이라 고발하고 있다. 가정이나 또래관계에서 서로 위해주고 소통하는 삶을 갈망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것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사회 속에서 자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 도전에 직면해 청소년을 긴박한 위험에서 구해내기 위한 긴급 상담전화와 전문 심리상담이 시급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런 충동을 예방하기 위한 더 전인적인 대책 역시 요청된다. 그 대책은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판단하는 아픔 없이 자기 어려움을 인식하게 하고, 개인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받으면서 필요로 하는 도움을 스스로 선택하며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대책이라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먼저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움이 다양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사실 상담교사나 학교 사회복지사를 통한 상담, 학교나 외부기관에서 제공하는 인성교육 및 체험활동, 개별 결연을 통한 후견제도가 이미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이용하는 절차와 방법을 잘 알려주어야 하고, 어떤 선입견과 자기노출에 관한 걱정도 없이 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에게 가장 가까운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또래청소년끼리 서로 돕는 동아리나 학급 연대의식 강화 및 인간 존엄성에 관한 인식 심화를 위한 체험교육, 자녀 이해를 위한 학부모교육 등을 통해 가정, 또래집단, 학급의 변화를 도울 수 있다. 셋째로 어려움에 직면한 청소년들이 절망하지 않고 다시 힘을 얻기 위해 기존 환경으로부터 떨어져 쉴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공식 학교교육의 한 부분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로 더 나은, 더 많은 일자리를 위한 정책과 현장체험 중심의 실속 있는 진로지도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려면 가정, 학교, 학교 밖 청소년 전문기관, 종교 및 시민단체와 관련 공공기관 사이에 협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우리 교회, 특히 가톨릭 학교가 여기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먼저 재산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가정의 도움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또는 신앙의 은총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가장 먼저 보살피”(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 9항)라는강력한 권고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하고 절망하는 청소년들과 우리가 함께 할 때 아기 예수님께서 전해주는 성탄의 의미가 더 온전하게 드러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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