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에게는 ‘멘토’라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유난히 아버지만을 따랐던 난 여고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세상이 끝장나버린 것만 같았다. 혼자 고민하고 혼자 아파하다 ‘신앙’ 세계에 들어왔지만, 마음속에서는 늘 ‘회의’가 떠나지 않았다. 왠지 신이 없는 것만 같아 고민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딱히 누구와 의논할 상대도 찾지 못했다.
학창시절 나는 선생님들을 비교적 존경하는 편이었지만, 그런 선생님들 중에서도 ‘멘토’라 할만한 분은 만나지 못했다. 이전 학교들에서의 선생님들보다 신학교 교수 신부님들께는 존경의 마음이 더 컸으나, 감히 그분들께도 가까이 갈 수 없었다. 그분들은 사제직을 지망하는 신학생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분들이라 여겨져, 나를 위해서는 자투리 시간도 내줄 수 없을 거라고 미리 피하고 스스로 삼갔다. 그리고 누구의 방해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늘 고개를 숙이고 다녀서 ‘동전 줍는 여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었다.
사실, 지금 내 나이로 보면 이젠 내가 누구의 멘토가 되어주어야 할 나이라 하겠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내겐 그런 역량과 에너지와 사랑이 부족하다. 해서 아직도 내게 멘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크다.
그런데 최근 <나의 멘토 나의 성인>이라는 책을 만들면서 이젠 나도 진정한 멘토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미국의 예수회원 제임스 마틴 신부가 일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사귀고 자신에게 영향을 준 성인들에 대해 쓴 글이다. 그는 성인들을 그저 자신을 수호해 주기만 하는 분들로서가 아니라, 자신과 늘 함께하는 자신의 평생 친구이자 멘토로서 만났다. 그리고 ‘나의 멘토가 되어줄 성인이 나를 위해 먼저 기도하고 계신다’고 했다. 올해는 나의 멘토 성인을 만나 한 해를 그분과 함께해야겠다는 희망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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