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계속되는 괴롭힘으로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대구 한 중학생의 유서 전문을 보며 쓰라린 마음과 함께 ‘이 땅에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하고 개탄한 이는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매체에서는 실시간으로 사건에 대해 쏟아내고, 그동안 별다르게 신경 쓰지 않았던 청소년 진단을 갑작스럽게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가해자들의 신상을 실시간으로 밝혀냈고 그들의 블로그에 곧바로 폭언을 했다.
가해자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찾아 관상을 논하고, 살벌하게 위협하는 댓글을 달며 사건보다 더한 압박을 가한다. 가해자라고 불리는 아이들의 잔혹함을 보자면 분개할 수밖에 없지만, 문득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것은 가해자의 사진 또한 그저 ‘어린 아이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건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는가. 지금 여기, 벌어진 사건 앞에 무죄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번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말했듯, 평화와 정의의 참교육을 실천할 가정들이 그 의무를 너무나도 게을리했다. 정의와 평화를 익히는 ‘첫 학교’가 되어주지를 못했다. 교황이 지적한 두 번째, 정치지도자들은 가정과 교육기관들이 교육의 권리와 의무를 이행하도록 구체적 도움을 주었던가. 모든 이의 선익을 위해 진정 봉사하는 투명한 정치상을 보여주었는가.
오늘 일어난 참극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물질과 학벌이 우선이 되고 윤리는 선택이 되어버린 세상. 이기주의가 만연한 이 시대에 어른을 거울처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갈 싹을 틔우는 중이다.
교황은 ‘평화는 거저 받는 선물이 아니라 우리가 떠맡아야할 과업’이라고 했다. 가해자에게 돌을 던지기 이전에 돌을 쥔 우리의 손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2012년 새해가 밝았다. 정말로 올해는 평화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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