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 후 성당 마당
성당 마당으로 어슬렁거리며 들러오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거지다. 측은한 눈빛으로 여기저기를 살피는 폼이 본당 신부를 찾는가보다. 앗! 숨을 틈도 없이 「딱 걸렸다!」
『신부님, 배가 고파서…”
위아래로 한번 쓱 훑어보고 일 만원권 지폐 한 장을 손에 쥐어준다.
받아든 거지 : 『쳇! 돈 만원 주면서 폼 되게 잡네…』
주는 신부 : 『쳇! 요즘 왜 이리 거지가 많아…』
구경하는 신자 : 『음, 다행이다. 내가 아니라서…』
거지가 비실비실 돌아가고, 신자1 왈 : 『아니 신부님, 거지한테 그리 큰 돈을 주십니까! 저 인간들 돈 줘 봤자 술 사먹고 끝입니다』.
신자 2명 :『신부님, 거지 오거든 다음부터 저희에게 맡기고 사제관으로 들어가십시오!』
신부 : 『지랄, 진작 니 주머니에서 돈 꺼내주지 말만…』
# 텔레비전 광고
『여러부~운, 부자 되세요!』
음 드디어 인간들이 노골적으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사실 누군가 탁 깨놓고 이렇게 이야기해주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총아라는 텔레비전이면 더욱 좋고. 텔레비전에서 공공연하게 대놓고 이야기하는데 부끄러울 것이 무엇이겠는가.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으렷다.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돈벌어 부자 되고, 부자 되어 거들먹거리며 사는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돈 싫다는 사람 있으면 조용히 손들고 앞으로 나와 보라.
# 잡지 광고
『돈 세는 재미보다 별 세는 기쁨을 사랑한다면 그는 삼양의 연구원입니다』
『진짜!!』 참 이상하다. 이 회사 라면으로 유명한 곳인데, 사람이 먹지도 못하는 공업용 기름으로 라면 만들어 팔던 회사인데….
이제 그 연구원들은 월급 받을 생각은 않고 별 세는데 여념이 없구나! 하긴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회사가 직원들 월급인들 제대로 주겠는가? 별이나 세고 있어야지.
# 세계적 환경 운동가 「대니 서」(?)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진짜 생각을 바꾸니 사람이 달라 보였다. 젊은 친구가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로 거듭나는 모습에서 희망찬 미래랄까, 일말의 감동을 느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생각을 바꾼 젋은 환경운동가 「대니 서」가 광고에 출현했다. 다름아닌 『무(無)노조 신화』를 자랑하는 기업, 독일에서 『무(無)노조』실현하려다 국가적 쪽팔림을 당한 회사 「삼성」의 「기업 이미지 광고」에…. 젊은 친구가 벌써부터 자신의 이미지를 대기업에 팔아 「돈」으로 바꾸다니….
대기업은 환경 운동으로 만들어진 젊은이의 깨끗한 이미지를 통하여 자신들도 깨끗한 회사인 것처럼 위장하려든다. 이런 기업의 작태는 그 어떤 것도 「돈」으로 환산할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돈」이 된다면 사고 팔 수 있다는, 그야말로 자본주의적 속성 그대로이다. 젊은 환경 운동가는 너무 경솔했다.
그가 보통의 연예인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환경 운동가』라는 이름은 혼자의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자 노력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그는 그것을 잊었다. 자본의 도구가 되고만 젋은이….
어느날 「가돌릭 신문」의 1면 하단 통 광고를 보고는 너무 놀라고 말았다. 이런 광고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진짜루!
# ‘가톨릭 신문’ 1면 광고
이 신문이 그냥 굴러다니는 세상의 「찌라시」라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 앞서 보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랴! 돈이 된다면 무슨 광고이든 싣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가톨릭」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하늼 교회의 신문이라면 달라야하지 않을까? 다르기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적어도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도 「건강」도 아닌 「하느님」이어야 하지 않을까?
다 알고 있고, 잔소리 같은 말이지만 가톨릭신문사의 신심 싶은 분들이 앞장서서 하느님을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며 신문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루가 16,13)는 말씀에 귀기울이자. 우리가 신앙인인 이유는 돈보다 하느님을, 돈보다 사람을 더 사랑하겠다는 고백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께 물어봐!
백남해 신부님은 1992년 대구가톨릭대를 졸업하고 그해 사제품을 받으셨습니다. 현재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희망연대 대표, 경남 통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계십니다.
♣ 바로잡습니다
지난 8월 18일자(2311호) 8면 「방주의 창」 필자 백남해 신부님이 잡지광고의 예를 들면서 주식회사 삼양사의 광고를 라면회사인 삼양식품공업주식회사의 광고로 오인하여 쓴 보도내용을 바로잡습니다.
「돈 세는 재미보다 별 세는 기쁨을 사랑한다면」이란 광고는 주식회사 삼양사의 기업광고이며, 기사 본문 내용과는 달리 주식회사 삼양사는 라면을 생산하는 삼양식품공업주식회사와는 전혀 무관한 회사임을 밝힙니다.
이 기사로 인해 주식회사 삼양사 임직원들과 삼양사를 사랑하는 고객분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리며, 이와 같은 경우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하겠습니다.
주식회사 삼양사는 1924년 창업하여 식품, 화학, 의약, 폴리에스터 등 우리 생활에 직, 간접적으로 필요한 기초 소재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중견기업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