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일들이 교차되면서 2011년을 보냈다. 이 나라의 화두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는 교차점에서의 대응이었다. 소위 보수와 진보라고 일컫는 극과 극의 주장 속에서 이 사회가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화려한 수식이 붙어 있지만 사실은 가진 자가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가이다. 상당한 노력 끝에 부를 축적하였는데 노력도 안하고 편하게 살던 사람들이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이 납득이 안가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냐를 시민투표로 결정하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적인 요소가 알게 모르게 작용되어 있어서 대권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 감추어져 있었지만 겉으로는 복지에 관한 의견의 충돌이었다. 무상급식투표는 시장 보궐투표로 이어져 복지를 추구하는 쪽으로 의견이 정리되었다. 이 와중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좌우논쟁이 일어났다. 복지를 추구하는 쪽은 좌익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여기에 동조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무엇을 추구하느냐는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개인을 둘러싼 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진 자가 부를 축적하기까지에는 본인의 노력도 작용하였지만 돈을 벌 수 있게 하여준 사회적인 여건도 중요하다. 최근의 경우를 보면 소위 대기업이 잘 나가는 것은 수출을 해서 외화획득을 많이 하였기 때문이다. 외화를 벌어들였지만 환율이 낮으면 노력의 대가가 별로인데 정부에서 고환율정책을 고집하면 수출의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환율의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그래서 대기업은 잘되어 신나게 날아 다녔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죽을 쑤고 내수가 엉망인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고환율로 대기업이 돈을 벌면 고환율의 피해자인 대다수의 중소, 개인사업자들에게 벌어들인 돈의 일부가 가게 해야 한다. 그것을 안 한다고 고집을 하면서 복지냐 아니냐의 논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저변에 깔려 있는 복지에 대한 인식을 감지하지 못하고 억지로 시민의 의식을 왜곡하게 조작하려 했던 것이 이른바 디도스 사건이다.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사건이 벌어졌다.
2011년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 내재되었던 불편한 진실들이 조금씩 터져 나왔던 한 해였던 것이다. 선진국으로 가는 몸부림으로 이해를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여도 야도 아닌 제3의 세력으로부터 수도 서울시장이 배출된 것이다. 이 와중에 피부미용 1억 원, 사학문제, 대통령의 사저비리 등이 자연스레 터져 나오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일환으로 수십 년 케케묵은 색깔논쟁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시민은 현명한 선택을 하였다. 복지 등이 포퓰리즘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라고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시민의식의 발로는 여당의 재창당 가능성까지 연결되었다. 당장 올해 총선에서 전체 지역구의 1/5에 해당하는 50명의 의원 중에서 건질 수 있는 가능성이 3∼5명 정도이니 재창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연말에 기습적으로 부자세가 통과되었다. 생존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인데 민주주의의 기본이 국민이 의원을 뽑는 것이다. 좌든, 우든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다. 현란한 말재주가 아무리 동원되어도 먹고살아야 하는 생존본능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언급되는 것이 왜 부자는 더 내야 하는가이다. 누진해서 더 내게 하는 것이 조화로운 나라로 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민주사회에서 평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 동서역사에서 가진 자가 독식해서 횡포를 부릴 때에 나타나는 사회현상을 볼 수 있었다. 인간이 인간답게 행동하는 것은 그 배경과 능력에 관계없이 일정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일정한 대우를 받게 되면 베푸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에게 인간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즉, 약육강식의 동물세계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가진 자가 없는 자에게 일정한 재물을 베푸는 것이다. 각 개인이 알아서 하게 되면 좋겠지만 각 국민의 일정한 권리를 맡긴 국가로 하여금 행정적으로 처리하게 하는 것이 선진화된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제 흑룡의 해가 밝았다. 우리 모두가 나라의 임금이 되는 해다. 공교롭게 2012년은 우리 손으로 신하도 뽑고 임금도 뽑는 해다. 내가 나라의 임금임을 인식하고 선택을 하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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