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학교 폭력이나 입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학생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참담한 현실이다.
한창 꿈과 희망을 키우며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 안타까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필자 또한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가슴이 아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근절되지 못하고 반복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나친 입시경쟁은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으며, 학교 역시 입시성적이 명문학교의 바로미터가 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현재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산업화로 경제 수준과 지적 수준은 향상되었으나 도덕 수준은 심각하게 저하되어 있다. 한탕주의, 퇴폐와 향락,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매스 미디어, 부정과 매수가 통용되는 사회 풍토 등 불건전한 사회 환경이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소년들은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이며, 그들에게 한 사회의 역사와 미래가 달려 있다. 청소년 문제를 접근하는 데는 이들의 특징과 동향을 인식하고, 내외적인 갈등상황이나 욕구 및 사회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그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랑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소통’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많은 사람이 생활하는 조직에서 소통은 곧 대화이고, 대화는 조직이 안고 있는 갈등을 해결하는 최고의 묘약이기 때문이다. 가족 간의 소통이 꼭 필요하지만 맞벌이 부부들은 바쁜 일상으로 자녀들과 대화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청소년의 자살률이 1위이고, 행복지수는 25위라고 한다. 이는 가족이 점점 해체되고 친척이나 이웃과의 관계도 줄어드는 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청소년 폭력이나 자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따뜻한 관심과 꾸준한 배려가 필수다.
부모들은 자녀의 학교 성적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녀와 마음을 공유하도록 대화를 통해 아이 혼자 무슨 고민을 안고 끙끙 앓는 것은 아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회 차원에서도 청소년들이 성당에서 있을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은 교회의 미래’라고 외치지만, 과연 우리 교회가 아이들이 마음 터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는지 되돌아보자. 공부와 성적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재충전해서 멋진 신앙인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지만 실상은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일회성에 그치는 이벤트로는 더 이상 청소년들을 붙잡아 둘 수 없다. 이들의 가치관을 세대차이로만 떠넘기지 말고 그들이 원하는 것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자녀들이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기에는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신앙을 가르치기보다 신앙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가정이 먼저 신앙의 보금자리 역할을 다할 때 참 신앙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새해에는 더 이상 불쌍한 아이들을 가슴에 묻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기도한다. 모든 가정이 신앙의 보금자리로 거듭나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건들로 이 땅의 부모들이 가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소년 문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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