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는 기적을 거의 바라지 않았다. 우주가 질서 있게 움직이고 모순투성이로 보이는 세상이 유지되어 가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져, 굳이 신의 법칙을 거스른 어떤 일이 일어나야만 한다고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주님은 놀라운 기적 하나를 선사하셨다.
열살 이상 차이가 나는 막내 동생과 나는 한 형제지만 한 집에서 거의 같이 살아본 적이 없었다. 일찌감치 집을 떠났던 나는, 어머니가 불러주어 막내가 받아쓴 철자 틀린 편지를 읽으며 막내의 장래가 걱정되어 눈물을 흘리곤 했다.
막내는 일찌감치 공부를 포기하고 주먹 쓰는 일에 진력했다. 아직 전화가 흔치 않아 멀리 떨어진 이들에게 급한 내용을 알리려면 전보를 치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막내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OO 사고, 급히 오시기 바람”이라는 내용의 전보를 받았다. 교통사고를 상상한 어머니는 정신없이 막내네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서 금지한 불량 서클을 막내가 만들었던 것이다. 최악의 결과를 상상했다가 멀쩡한 막내를 본 어머니는 ‘다행이다!’며 안도하고 기뻐해, 여동생으로부터 ‘배포 큰 엄마’라는 놀림을 두고두고 받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온갖 사고를 다 치고, “누가 꼴등 날까 봐 자신이 얼른 꼴등을 한다”던 막내는 군에서 제대한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는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하여 비록 지방대학이지만 거기서 성적 우수 장학생이 되었고 대학원에 진학했으며, 그 대학에서 가르치기까지 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세 번째 조각 개인전 <바라보다>를 열었다.
오랜 기간 그를 걱정하며 자책했던 나는 마침내 “주님, 이제 제겐 다른 기적이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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