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오래 운전한 사람은 미국의 운전면허시험에 떨어진다?』
이 말은 필자가 유학하던 20년 전 미국에 연수 온 한국기자들이 한 말이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운전문화가 많이 선진화되었지만, 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자가용 운전을 하는 것이 일종의 특권같이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운전규칙이나 운전예절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잘 지켜지지 않는 시기였다.
미국의 운전면허시험은 필기시험을 통화하면 곧바로 도로주행 테스트를 받게된다. 우리처럼 면허시험장 내에서 실시하는 코스시험은 별도로 없이 직접 시내로 차를 운전하고 나가야 한다. 이 때 한국에서 운전을 오래한 사람은 자신의 운전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바로 불합격의 요인이 된다.
왜냐하면 운전면허시험을 채점하는 경찰관은 운전실력보다 교통법규준수와 운전예절에 대한 것을 집중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무 빨리 달려도 안되며, 일단정지 표지판에서 완전히 정차한 다음 자우로 고개를 돌려 확인한 후 차가 없을 때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운전면호를 따러 온 초보자가 지나치게 운전을 빨리 하거나, 일단정지 표지판에서 서는 듯 하다가 재빨리 우회전을 하면 영락없이 불합격이다.
이런 사람에게 운전면허를 주면 사고를 낼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통행우선권을 준수하지 않거나, 양보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다른 차의 오른편으로 추월하거나, 안전벨트를 매지 않거나, 방향지시 등 표시를 하지 않아도 합격되기 힘들다. 운전질서는 모든 교통질서의 기본이 되며, 다른 질서의 기초가 된다. 국민의 과반수가 운전면호를 가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운전질서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운전을 기능으로서 볼 것이 아니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예절로 삼으면 어떨까? 가톨릭 신자들부터 「운전은 곧 이웃사랑」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실천한다면 우리나라의 운전문화는 한결 여유롭고 기분좋은 것이 될 것이다.
그 동안 꾸준히 실시해 온 공익광고 덕택에 우리나라의 운전문화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 공익광고는 운전과 관련하여 다양한 주제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운전문화 향상에 큰 기여를 해 왔다. 과속 및 음주운전의 폐해를 끔찍하게 나타내기도 하고, 차선합류 요령을 그림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안전벨트 매기 캠페인 등을 실시하여 큰 효과를 보았다.
공익광고는 이처럼 상품에 대한 수요자극을 통한 물질적 풍요로움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에게 유익한 문화정보와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공익광고의 주제도 차츰 다양성을 갖게 되었는데, 초기에는 국민계몽 또는 정부의 결정사항을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홍보하고 설득하는 성격을 가졌다.
그러다가 차츰 어떤 시기에 있어서 중요한 사안에 대해 특별히 강조하고, 국민들의 폭넓은 동참을 유도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동안 저축, 에너지 절약, 가족계획, 질서, 가스안전, 경로효친, 청소년선도, 범죄예방, 노사문제, 과소비방지 등의 주제를 다루었다. 그 중에서도 교통안전, 공해문제, 환경보전 등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교통안전과 관련하여 운전예절을 한차원 더 올리기 위한 공익광고 캠페인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운전예절의 바탕에는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과 「이웃사랑」이 깃들일 때 더욱 높은 교통문화가 만들어 질 것이다. 한 나라의 교통질서는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잣대이다.
예를 들면 많은 선진국에서는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대낮에라도 전조등을 켠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차를 잘 보이게 하며, 결과적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마찬가지로 조금만 어두워지면 이웃을 위해 전조등을 일찍 켜야 하고, 방향지시등을 잘 켜야한다.
규정속도를 지키며 가고 있는 차에 바짝 따라 붙어서 하이빔을 키면서 위협하거나,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급차선을 변경을 하거나, 위급한 상황의 구급차량만 다니는 갓길을 주행하는 것은 이웃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아무렇게나 주차하여 다른 이웃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는다. 운전대를 잡으면서 느긋하게 기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운전은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운전과 관련하여 마음에 다가오는 공익광고의 문구가 있다.
『조금 참고 양보하면 좁은 길도 넓어집니다. 그리고 운전은 물론 주차도 인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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