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도 거제 「혜성 고등학교」1학년 여학생이 말했습니다.
『저는 밥을 풀 때 남녀 차별을 느껴요. 아빠 밥 푸고 막내 남동생 밥 푸고 엄마 밥 그리고 제 밥을 퍼요. 막내 동생은 아무리 어려도 남자니까 아빠 다음이래요. 왜 그렇죠?』
「주민등록증」을 꺼내서 잘 보세요. 생년월일이 나오고 다음 숫자는 「1」아니면 「2」입니다. 아시죠?! 「1」은 남자 「2」는 여자라는 것. 사람을 번호로 인식시키는 비인간적인 주민등록증 자체를 없애야하겠고, 나아가서 왜 아무런 검증이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남자를 첫째, 여자를 둘째라고 표기하나요?!
택시를 타고 가는데 앞차가 어리벙하게 굴면서 「가재」같은 행동을 했습니다. 택시기사가 창문을 열고 5만 볼트의 전기를 쏘면서 운전자를 째려보았습니다. 여성 운전자였습니다. 초보인지 가뜩이나 겁을 먹은 여성 운전자에게 택시기사가 욕을 굴삭기로 퍼부었습니다.
『야이! XXX야, 죽고 싶어 XX했냐, 집에서 솥뚜껑이나 운전할 것이지 왜 차를 몰고 나와서 XX이야 XXX이』(참 재미있는 말인데 체면상 쓸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여성운전자는 인상이 완전히 찌그러진 쿠킹호일처럼 되었습니다. 택시기사가 나를 보며 동의를 구했습니다. 『손님 그렇죠!』『당신 마누라한테도 그랍니까?!』『…』난 중간에서 내려야했습니다.
여성의 수를 100으로 하고, 남성의 여성에 대한 비를 나타내는 수치를 「성비」라고 합니다. 2000년도 우리나라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10.2명이라고 합니다. 성비를 보면 여아 낙태 수준을 집작할 수 있씁니다. 하느님의 섭리에 따른 정상적인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이어야 하는데, 남아가 110.2라는 것은 여아가 인간의 손에 의해서 지워져(이런 무서운 단어가 또 있을까!) 버렸다는 것입니다. 성비 차이가 가장 높은 지역은 대구입니다. 다음이 부산·경남·울산입니다(영남 지역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이여 축복 받을 지어다!). 아마도 지역의 보수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삼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성당 행사를 하면 예쁜(?) 아줌마들 뽑아서 한복 곱게 입혀 띠 두르게 하고 안내판 들려서 길에 세워 둡니다. 신부가 탄 차가 지나가면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면서 행사장을 가리킵니다.
이런저런 행사 끝나고 나면 남자들은 담배 한 대 물고 자리잡고 앉기 바쁩니다. 히히덕 시시껄렁 조절주절, 힘 좋고 오래가는 아줌마들이 음식을 저 나릅니다.
신부 잔부터 시작하여 술이 채워지고 건배를 하기 전 일말의 양심, 신앙인이라는 마지막 자각으로 이구동성 소리칩니다.
『어이 자매님들 와서 같이 앉읍시다(대부분 신부 목소리가 제일 크죠』) 자매들 앉으면 형제들이 밥상 차리남.
사목회의라고 둘러앉으면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습니다(대략 신부가 나서서 한마디하면 그만이긴 하지만). 구색 갖추어 앉혀높은 자매님들 대부분 하품도 크게 못하고 시계만 들여다봅니다.
유엔개발계획이 2000년 발표한 「여성권한지수」를 보면 조사대상 70개국 중에서 한국은 무려 6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혹자는 『어? 아닌데 요즘 우리나라 여자들 살기 좋아졌는데』그럽니다. 물론 여성들의 사회진출도 활발해지고 지내기도 편해졌습니다. 그러나 우습게도 이렇게 느끼는 이유가 예전에는 워낙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심했기 때문에 이정도도 많이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남성들도 할 말은 많을 것입니다.
『돈 벌어다주면 집구석에서 편안하게 쓰기만 하는 여자들이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으냐, 가장으로서 식구들 먹여 살리는 일이 보통 일이냐, 여자들도 나가서 돈 한번 벌어봐라, 남의 돈 먹기가 얼마나 더럽고 치사한줄 아느냐, 그렇게 돈 벌어 주면 낮엔 냉난방 짱짱하게 되는 백화점에서 폼잡고 차 마시고 쇼핑이나 즐겨, 그러면서 무슨 「여성권한지수」가 어떻고 떠들어대냐』
놀랍게도 백화점에서 쇼핑 나온 주부들(처녀나 아이, 할매는 빼고)의 장바구니를 열어 보았더니 대부분 남편과 자식을 위한 물품이었다고 합니다. 가끔 자신의 계발이나 향상을 위한 물품이 있기도 하였지만, 세상이 많이 변해서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 세상의 아줌마들은 남편과 자식을 먼저 생각합니다. 안타깝다해야 할지 아름답다해야 할지….
더욱 심각한 것은 성당의 여성차별 문제입니다. 아직 여성 평신도 협의회 회장님(본당 총회장)이 계시는 본당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신자 구성 비율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는 것은 잘 아는 일입니다.
그러나 권한과 활동 폭이 남성에 비해 어처구니없게 좁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제 한국 교호에서도 여성 사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남성 신학자들만 둘러 앉아서하는 토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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