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재탕에 재탕을 반복하는 영화가 텔레비전 ‘특선’ 예고 프로그램에 등장할 때면 민속 고유의 명절이 돌아왔음을 문득 깨닫게 되던 어린 시절 영화 목록에 꼭 들어있던 ‘스타워즈’시리즈는 지금 봐도 가슴 뛸 때가 적지 않다. 주인공과 악당이 들고 싸우던 광선검에 매료된 아이들이 영화가 끝난 후 난데없는 장난감 칼싸움으로 명절을 준비하는 집안 분위기를 망쳐놓던 기억도 아련히 떠오른다.
공상과학 영화사에 새 장을 열었을 뿐 아니라 20세기 영화사에 있어서도 신기원을 이뤄냈다고 하는 ‘스타워즈’는 수많은 명대사도 남겼으니, 그 중에 하나가 “포스 비 위드 유(Force be with you)!”다. 제다이 기사인 스승 오비완 케노비가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무훈을 빌며 전하던 이 대사는 요즘말로 ‘간지나는’ 것이었다. ‘제다이 기사’라는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폼 잡을 때쯤 등장하는 이 대사를 들으면서 어린 나이에 ‘포스’라는 게 제다이만의 어떤 특별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품었었다. 그런데 영어를 알 때쯤 되자 의문은 더 커졌다. “힘이 당신과 함께” 정도로 번역되는 대사가 어쩐지 좀 우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말로는 ‘힘’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되지만 영어로는 에너지(Energy), 파워(Power), 포스(Force) 등 다양한 말이 존재하는데 왜 굳이 ‘포스’라고 했을까 하는 의문은 한참 더 커서야 풀리기 시작했다.
‘의식혁명’의 저자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에 따르면, 에너지가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힘을 일컫는 데 비해, 파워는 단순한‘힘’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자발적인 힘을 의미할 때 주로 쓴다. 이에 대해 포스는 파워의 상대 개념으로 대체로 부정적이며 강압적인 힘을 뜻할 때 쓰인다. 다시 말해 파워는 ‘긍정적인 의식에서 형성되는 자발적인 내면의 에너지’이며, 포스는 ‘부정적인 의식에서 형성되는 억지의 에너지’를 뜻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용어 표현에 있어서도 긍정적 에너지인 사랑의 힘을 표현할 때 ‘Power of Love’라고 하지 ‘Force of Love’라고 쓰는 경우는 없다. 또한 강제적 힘인 군대의 힘을 표현할 때도 ‘Air Force(공군)’니 ‘Army Force(육군)’라고 쓰는 이유도 그 힘이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파워는 하느님의 창조사업과도 연결되는 긍정적인 힘인데 반해 포스는 파괴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파워는 자신과 타인을 치유하는 힐링(Healing)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포스는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킬링(Killing)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2000년 전 인류에 대한 한없는 사랑으로 이 땅에 내려오셔서 사람 속에서 어울려 사셨던 예수님은 분명 포스가 아닌 파워가 넘치는 분이셨을 게 분명하다. 성경을 보더라도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 가운데 많은 부분은 바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치유하시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따랐던 시대의 ‘간지남’ 예수님의 힘은 바로 사랑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힘을 지니셨음에도 예수님은 당신의 파워를 남을 이기는데 쓰시지 않고 자신을 이기는데 쓰셨기 때문에 궁극에는 세상을 이기고 죽음마저 이기셨다. 그에 비해 무력(포스)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고자 했던 인간 군상들의 결말은 또 얼마나 허무한가.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에너지원이 사랑의 힘인 파워인가 남을 해하려 하는 포스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짐을 보게 된다. 새해에는 ‘포스가 느껴지는’ 사람이 되기보다 ‘파워’를 나눌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파워 비 위드 유(Power be wi th you)!”“갓 비 위드 유(God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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