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부서원 2명과 함께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 갔다. 도서전 참가 후에는 감사하게도 한두 군데 문화 체험까지 허용되었다. ‘페르가몬 제단’을 비롯한 밀레토스 시장 문, 이슈타르 문 등 기념비적 건축물들이 유적지 현지에서 출토된 그대로 옮겨져, 실제 크기로 재건된 ‘페르가몬 박물관’을 가보고 싶었던 소원이 이렇게 이루어졌다.
그런데 박물관 가던 날이 주일이어서 우리는 성당을 찾아 미사에 참례하기로 했다. 과연 박물관 서쪽에 성당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지도를 보니 ‘베를린 돔’이었다. 도서전 참가 전까지 밀린 일들을 하느라 관광 안내서조차 읽지 못한 우리는 그곳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성당에 들어가려는데, 정장을 한 근엄한 표정의 중년 남성이 우리를 가로막았다. 우리의 카메라와 캠코더를 보며 그는 ‘오늘은 더 이상 관광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저희가 미사에 참례할 수 있을까요?(Can we attend Mass?)”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주의를 주며 우리를 들여보냈다.
성당 안은 화려한 모자이크와 스테인드글라스 등으로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독일말로 거행되는 전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적어도 가톨릭 예식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성화와 성상이 많은 걸 보면 개신교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정교회도 아니었다. 그런데 한 동료가 ‘루터’라는 글씨가 보인다며 자꾸만 나가자고 했다.
밖으로 나온 우리를 보고 우리를 들여보냈던 사람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했지만, 그에게 ‘혹시 이곳이 가톨릭 성당이 아닌지’하고 물었다. 그는 말도 안 된다는 듯 불쾌한 표정으로 ‘루터 교회’라고 퉁명스레 답했다. 일찌감치 갈라진 우리 형제들과의 짧은 화해가 못내 아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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