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추석 등 민족의 고유 명절 때면 우리는 갖은 어려움과 고달픔 등도 마다하지 않고 회유의 길을 되짚어 고향으로의 대장정에 나선다. 이렇게 모여 우리는 자신의 모태를 향하여 절하며 감사의 축제를 지내고 새로운 해를 맞은 기쁨을 나누게 된다. 이처럼 부모 형제 일가친지 등과 함께하는 명절은 우리 안에 숨겨진 하느님의 창조 기운을 느끼며 그 은총을 함께 나누는 행복한 여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설 명절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너도 나도 고향을 찾고 앞 다투어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도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소외되고 헐벗은 이웃들이 존재한다. 더구나 전 세계적인 경제난의 파고가 계층을 뛰어넘어 사회구성원 대부분의 삶에 파고들면서 소외의 그늘이 끝 간 데 없이 넓어지고 있어 가난의 외연 또한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자신의 힘만으로는 생계조차 제대로 꾸려나가기 힘든 가난한 이들에게는 설 명절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가혹한 시련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더욱 움츠러드는 이들이 있다. 바로 손이 있어도 내밀 방법조차 모르는 소외되고 가난한 가정, 그리고 그 가정의 아이들이다. 이런 가정의 아이들은 소외감과 고립감 등으로 인해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몰리기 십상이고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잘못된 극단적인 선택의 길로 빠져들 수 있는 유혹에 노출되기도 쉽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설을 전후한 겨울은 그야말로 생존이 달린 사투의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회 안팎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우울한 소리가 넘쳐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제 한파는 가난한 이들의 삶부터 얼어붙게 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교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함께 하도록 모든 이들을 초대한다. 단순한 동정에서가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자신들의 삶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몫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이웃에게 다가서는 걸음은 가장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부터 향해야 한다. 그래야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온기를 불어넣어 우리 사회 전체를 따뜻하게 데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이웃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먼저 찾아 배려하고 나누는 마음이야말로 명절을 가장 보람있게 보내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이번 설 명절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몫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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