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변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0대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이 강하고 인터넷과 뉴미디어를 낯설어하는 아날로그의 마지막 세대처럼 인식되었다. 한때 386세대로 불리면서 6·29선언 등 민주화를 이끌어낼 만큼 참여의식이 강한 세대였지만, IMF 사태 등을 거치면서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사회안전망을 체험하였고, 그럴수록 더욱 치열하게 삶의 현장을 누빌 수밖에 없었던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성세대의 틀 안에 안주하게 되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급격하게 보수화 되었던 세대인데, 그 40대가 변하고 있다고 한다. 그 근거로 적극적인 정치 참여 움직임과 더불어 스마트폰, SNS 등 디지털 매체의 활용이 가장 증가한, 소위 ‘스마트 세대’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에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대와 50∼60대 사이에 ‘낀’ 세대인 40대의 ‘정치적 회군’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패를 결정했다는 가설을 전제로 한 언론보도들이 봇물처럼 터지고 난 후, 40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보도에 의하면, 40대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패기의 386세대로 다시 돌아왔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40대가 정말 한국 사회 변혁의 주역으로 재등장한 것일까?
필자가 본당을 비롯한 교회 내외의 현장에서 만나고 있는 40대들은 참으로 현실적이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삶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도, 내심으로는 항상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의 40대들이 노후에 가장 위태로운 세대라고 한다. 물론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한국의 현 상황에서 모든 세대가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중에서 특히 40대가 ‘준비 안 된’ 노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40대를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으로부터 버림을 받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세대’ 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40대가 젊은층과 실버세대의 교량역할을 할 수 있는 ‘중간세대’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40대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중간지대에 서 있다. 이들은 세시봉과 7080 가요 열풍에서 볼 수 있듯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지고, 그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세대인 동시에, 30대와 더불어 스마트폰과 SNS 가입률이 가장 높은 세대이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스마트세대’인 동시에 ‘아날로그 세대’이기도 한 것이 40대이다.
필자는 40대가 젊은 세대와 실버 세대 사이의 ‘중간 교량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사회와 교회의 미래가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세대간의 갈등을 포함한 각종 현안들이 첨예화 되어가고, 갈등의 축이 다변화됨은 물론, 갈등의 내용도 점차 투쟁의 성격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한국 사회까지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우리 교회가 효과적으로 40대와의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40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통방식과 내용, 그리고 소통도구의 변화가 필요하다. 40대는 이미 참여를 통해 사회변화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는 세대로서,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소통방식은 그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기 쉽고, 효과적으로 복음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어렵게 한다. 열린 마음으로 참여형 소통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소공동체 운동 역시도 그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기존 ‘반모임’의 이름을 소공동체로 바꾸었을 뿐, 교회 조직의 한 부분으로 경직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실 40대에게 필요한 소통의 내용은 진정성 있는 위로와 희망의 콘텐츠이다. ‘구역’ ‘반’이라는 인위적인 조직이 아니라,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교우들간의 성경 묵상 나눔이라든지, 기도 모임, 그리고 신심단체들에서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복음안에서 위로를 받으며, 영성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하느님 나라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소공동체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가 교회안에 설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40대에게도 마땅한 교회의 자리, 특히 그들이 위로받을 공동체가 없다. 급격한 한국 사회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에 고민하고 있는 40대에게 위로와 희망의 공동체가 더 많이 필요한 것 같다. 만약 40대가, 특히 40대 남성 교우들이 다양한 공동체안에서 성장하여, 교회의 건강한 주축으로 돌아온다면, 세대간의 교량 역할은 물론, 건강한 교회, 건강한 사회를 위한 귀한 자원들이 틀림없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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