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을 위한 서류들을 챙기다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서류가 있다. 바로 기부금 영수증이다. 기부금 영수증을 보고 있노라면 한편으로는 ‘한 해 동안 내 삶에 적어도 이 숫자만큼의 가치는 있었구나’라고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것밖에 나누지 못했나’하는 회의도 찾아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개인 기부금 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0.54% 수준이라고 한다. 호주(0.69%), 남아프리카공화국(0.64%)과 비교해도 적은 편이고 기부선진국인 미국(1.67%)에 비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기부문화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나눔을 모르는 세상인 듯하다.
교회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천 원짜리만 봉헌하니까 천주교’라는 조소 섞인 농이나 이번 주는 만 원권을 헌금하자며 ‘만원주일’을 외치는 본당의 모습을 듣노라면 하느님께 내어놓는 것조차도 아쉬울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수원교구 상록수본당의 모습에서 신자들에게 숨어 있는 나눔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상록수본당 신자들은 지난 성탄부터 겨우 한 달 남짓 실시한 ‘아프리카 신생아를 살리기 위한 모자 뜨기’에 폭발적으로 호응, 500개가 넘는 모자와 후원금을 모았다.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었다. 많은 신자들의 반응이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였다. 나누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상록수본당이 그랬듯 방법만 알려주면 나누려는 이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나눔을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곳이 다름 아닌 교회다. 교회공동체 안에서 나누는 법을 가르치고 배울 때 더욱 효과적으로 교회 안에, 그리고 교회가 나가는 세상에 나눔의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서울대교구 역촌동본당의 ‘재능나눔은행’이나 수원교구 원천동본당의 ‘구역별 수호천사 결연’ 등이 그 좋은 예다.
나누는 법조차 나누자. 머리 둘 곳조차 없었던 사람의 아들도 자신의 몸과 피를 내어놓으면서까지 나눔을 가르치고 실천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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