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0주년을 맞는 세계 병자의 날은 지난 199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루르드 성모축일인 2월 11일로 제정하며 시작됐다. 전임 교황이 이 날을 제정한 것은 하느님의 백성과 수많은 가톨릭 보건 기구들이 환우들을 더욱 잘 돌보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세계 병자의 날은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출발하고 있다.
냉전시대가 종식된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는 기아와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무수히 많다. 병자의 날은 기아와 질병 등으로 고통 받는 병자들을 위해 사회적 관심과 자선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의료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사명감을 일깨우자는 취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세계 병자의 날 제정 서한을 통해 “고통 받는 인간 그 자체와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기도와 나눔, 봉사를 통해 참된 의미의 구원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고통의 신비를 다시금 묵상하게 하고 실천적인 봉사를 골자로 하는 세계 병자의 날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 대두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다. 병자들에 대한 육체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위안의 의무가 교회 안에 존재한다. 결국 세계 병자의 날은 고통의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교회의 의무를 자각시키는 것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올해 제20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에서 병자들에게 늘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신 예수님의 모범을 강조했다. 교황은 담화를 통해 “병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목적 배려는 고통 당하는 인간에 대한 하느님 자애의 표징이며 공동체 전체에 영적 유익을 가져다 준다”며 “가장 작은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예수님께 해드린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은 구원사업이다. 구원사업은 근본적으로 고통에서의 완전한 해방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원사업에 세계 병자의 날은 근접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병자의 날은 고통의 신비를 다시금 묵상하게 이끌며 실천적인 봉사를 권유하고 있다.
그동안 물심양면 헌신과 봉사를 아끼지 않은 의료계 종사자들과 봉사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이들은 예수님의 희생과 봉사의 삶을 따르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들도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고통 받는 환우들을 위한 사랑실천에 적극 동참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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