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평협의 40주년 백서 발간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의 뜻을 전한다. 한국평협은 이미 지난 2008년 40주년을 맞았지만 더욱 충실한 회고와 전망을 담은 백서를 최근 발간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경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미래는 지나온 발자취에 대한 엄정한 성찰과 이를 바탕으로 모색하는 전망으로 비로소 열린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백서의 내용 중에서 특별히 우리는 한국사적으로도 격동의 세월이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는 물론 한국교회의 역사 안에서도 세기적인 변화를 겪어 왔던 지난 40년의 성찰을 통해 얻은 깊은 반성과 그로부터 나온 미래의 제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제50년기를 위한 반성과 제언’을 통해 한국평협은 지난 역사 안에서 평협 활동의 잘못을 성찰하고 교회와 세상 안에서 평신도들이 어떻게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고 삶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를 모색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특별히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제언’ 부분에서 백서는 7개 항목 중 2개 항목을 그들과 함께하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평협상(平協像)”을 구축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실천 운동”을 펼쳐나갈 필요성에 대해서 모색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 자체가 바로 그들에게 해방과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었으며, 복음적 삶의 가장 핵심적인 이상 중의 하나가 바로 가난의 삶이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의지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 가난한 이들의 신앙적인 삶의 자리가 축소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는 충분히 그 근거를 가지고 있다. 여러 설문조사와 신앙생활조사에 의해 분명하게 나타나는 한국교회 신자층의 중산층화에 대한 우려와 문제 제기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조사들에 의하면 오늘날 가난한 이들은 교회 삶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잃어갈 뿐만 아니라, 교회 안의 공동체적인 신앙 생활 안에서조차 자신들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여기에서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평협의 활동이 가난한 이들에 대한 호혜적인 자선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평신도사도직 활동의 공식적인 활동 주체이고 조직인 한국평협의 활동이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들이 바로 한국평협의 활동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구조와 자세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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