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책상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웃고 있는 작은 사진이 붙어 있다. 일에 지쳤을 때나 세파에 시달렸을 때 작은 사진 속 김 추기경의 미소를 보며 위로 받기도 했다. 김 추기경의 미소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어수룩한 기자는 그힘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얼마 전, 가톨릭출판사 사장 홍성학 신부의 강의를 통해 그 힘을 찾을 수 있었다. ‘즐겁게 사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홍 신부는 즐겁게 사는 삶이 바로 복음을 사는 것이고, 즐겁기 위해서는 잘 웃어야 한다고 했다.
김 추기경은 잘 웃는 분이셨다.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웃고 또 웃는 분이셨다. 취재 현장에서 김 추기경을 자주 접할 수는 없었지만, 만날때마다 김 추기경은 웃고 계셨다. 2007년 동성고 개교 100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현대미술 오늘과 내일’전에서도 그는 웃고 있었다. 자화상 ‘바보야’를 내놓고 “내 모습이 바보에 가까워요”라는 말과 함께 그는 또 순박한 얼굴로 웃어보였다. 그의 환한 미소에 주변 사람들까지 껄껄 웃었다. 기자도 취재를 망각하고 그 한마디에 웃었던 기억이 난다.
벌써 5년이 지난 기억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때의 미소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김 추기경 선종 3주기를 맞아, 많은 이들이 그가 남기고 간 흔적과 메시지를 되새기며 추억한다. 기자는 그 중에서도 ‘미소’를 기억하자고 말하고 싶다.
고통이 찾아와도 함께해주는 이들에게 감사하며 웃고, 좌절해도 또 기회를 주시는 주님을 생각하며 웃자. 슬퍼도 웃고, 웃을 일이 없어도 웃자. 김수환 추기경이 항상 머금었던 순수한 미소처럼 웃고 또 웃자.
“웃으면 복이 온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웃으면 ‘복음’이 온다. 즐거운 마음으로 즐거운 삶을 살아가면 내가 바로 그리스도가 된다. 누구보다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충실히 살았던 김 추기경이 책상 한편에서 또 전매특허의 웃음으로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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