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성자(聖者)’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3주기(2월 16일)를 앞두고 있다. 추기경 선종 이후 교회 안팎에서는 그의 영성과 업적을 연구하고, 이를 확산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왔다. 김 추기경의 영성은 ‘사랑의 영성’ ‘겸손의 영성’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추기경은 늘 우리 사회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곁에 머물고자 했다.
추기경이 선종한 지난 2009년 당시 5일의 장례기간 동안 40여만 명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고 한다. 각종 매스컴은 연일 그의 삶과 업적을 전했다. 그만큼 추기경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종교를 초월했다. 김 추기경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에게 서로 사랑할 것을 당부했다. 그가 뿌린 사랑의 씨앗은 현재 ‘감사와 사랑’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싹트고 있다. 특히 그의 사랑과 나눔의 씨앗은 장기기증 등 분야에서 꾸준한 결실을 맺었다. 실로 놀라운 기적이었다. 한 사람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이처럼 변화될 수 있음을 깊이 체험했다.
더욱 더 낮은 곳으로 향하고자 했던 김수환 추기경. 그는 자신의 삶과 신앙을 온전히 바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다양한 문제를 깊이 고뇌하고, 매순간 결단을 내렸다. 특히 추기경이 우선순위를 둔 이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는 믿음에서였다. 바쁜 일정 가운데에도 해마다 성탄 전야에는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미사를 봉헌했다. 1970년대 민주화 운동의 편에 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학순 주교가 구속된 1974년 민청학련 사건, 1978년 동일방직노조 사건 등이 일어났을 때 추기경은 성탄과 사순 메시지나 강연, 시국담화를 통해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짚어내는 일에 앞장섰다. 추기경은 우리 사회 민주화 운동의 버팀목이었다.
김 추기경의 삶은 우리 시대 ‘성자’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찾고자 했던 그는 자신의 삶을 통해 사람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3주기를 맞아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은 장기기증과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기부문화 확산 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추기경이 생전에 보여준 삶과 영성을 깊이 묵상하고 그 모범을 따르도록 매진해야 한다.
이러한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과 열정이 모인다면, 이 세상은 하느님 보시기에 더욱 아름답게 변화되고 발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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