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는 매년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2월 8일에 즈음한 월요일에 연례적으로 생명을 위한 미사를 봉헌해오고 있다. 이 뜻깊은 미사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실제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대표하고 있는 낙태의 죄악이 하루속히 이 땅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생명의 문화를 진작하기 위한 노력은 단지 교회만의 고유한 소명이 아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누구나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소명을 지니고 있다. 또한 낙태의 근절만이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싸움이 아니다. 실로 우리 사회에는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수많은 죽음의 문화들이 만연해 있다.
최근 대구대교구에서 건강한 학교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는 마음들을 모아 미사를 봉헌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우리 교육의 현장에서는 이른바 왕따와 각종 폭력 행위들이 만연함으로써 일찍이 청소년 시절부터 다른 사람의 인격에 대한 존중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갖추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왕따와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들이 생명을 포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러한 비극적인 교육 환경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 현장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대구대교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미사를 봉헌한 것은 반가운 일이 다. 이러한 움직임이 여러 다른 교육 현장에서도 이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또한 교육 현장에서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생명에 대한 교육 부재가 결국은 그 뿌리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서부터 찾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 전반의 반생명적인 죽음의 문화는 그 뿌리의 일단이 무죄하고 무력한 생명에 대한 소홀함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가장 무력한 존재인 태아를 살해하는 낙태는 결국 우리 사회 안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야기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특히 생명을 살리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 세속적 논리에도 맞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려는 교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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