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대선을 앞두고 사회복지가 중심 현안이 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교회 사회복지의 3대 과업으로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변과 옹호, “사랑의 문명” 건설을 위한 사회연대의식 확산을 꼽지만, 현실은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을 뺀 나머지 2가지 과업을 실천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있다 해도 전문 사회복지 법인이나 단체를 통한 의견 제시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라 2011년 3월부터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참여예산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시민참여예산제도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관이 독점적으로 행사해온 예산편성권에 지역사회와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이것은 수요자 중심 예산 편성을 통해 지역사회 비전을 실현하는 데에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의미 있고 유용한 제도다.
하지만 시민참여예산제도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실제 민관이 함께 예산을 편성하는 수준까지 이른 지방자치단체는 몇 군데에 지나지 않고, 민관이 예산을 같이 협의하는 수준이거나 그나마 형식적인 곳이 대부분이다.
연구자들은 그 첫째 원인을 미흡한 주민 참여에서 찾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가 활성화된 광주광역시 북구와 울산광역시 동구에서도 시민위원회에 참여하는 주민이 전체 주민의 0.5% 미만이라 한다(2010년 자료). 주민 참여가 적은 것은 주민참여예산제도 자체나 참여방법을 모르는 주민이 많고, 알고 있어도 실제로 참여하게 하는 유인이 약하기 때문이다. 또 지역사회 비전, 자치단체 재정 전반, 자치단체 주요 시책에 관한 이해와 같은 예산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것 역시 참여강도를 높이는데 방해가 되는 요인이다.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예산학교를 운영하지만 아직 미흡하다.
둘째로 관주도 운영체계 역시 또 다른 장애요인이다. 주민공청회, 간담회, 예산정책토론회는 일회적인 행사에 머무르기 쉽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구성한 시민위원회 역시 다수 시민이 참여하기 어렵고, 주민자치위원 등 관에 가까운 주민조직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장이 최종 위촉하기 때문에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시민위원의 관련 분야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행정관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끝으로 일반인이 알아보기 힘든 예산관련 정보의 형식과 열악한 지방재정이 가지는 한계와 같은 법률과 제도적인 한계를 주민참여예산제도 활성화의 장애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교회는 시민들이 직접 또는 단체나 대표를 통해 시민 공동체의 문화, 경제, 정치, 사회생활에 이바지하는 참여를 “모든 사람이 책임을 가지고 공동선을 위하여 의식적으로 이행하여야 할 의무”로 본다(간추린 사회교리 189항). 또 “시민의 창조적 주체성”(사회적 관심 15항)을 펼쳐 가는데 도움이 되는 사회제도, 문화를 요청하면서 시민의 피동성과 관료 체제에 대한 의존과 종속을 우려하고 있다(사회적 관심 15항 참조).
나아가서 “인권의 수호와 증진”을 종교적 사명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는(간추린 사회교리 159항) 교회와 신자 개인은 참여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고 대변해야 한다. 특히 가장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의 참여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그래서 시민참여예산제도는 우리 교회가 자기 사명을 구현하는데 의미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
교회가 앞장서서 신자들에게 시민참여예산제도를 홍보하고, 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해 일반 신자는 물론 교회 내 교육, 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회의 책임과 관련 전문지식을 교육해 참여를 통한 사도직 실천을 요청했으면 한다. 다양한 사회사목 분야 단체와 위원회들이 제도개선을 요구함으로써 시민참여예산제도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모든 인간, 특별히 가장 약한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신 “그리스도의 나라를 온 세상으로 넓히고, 모든 사람들을 구원에 참여시키며, 그들을 통하여 온 세상이 실제로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게”(평신도 사도직교령 2항) 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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