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을 다녀온지 고작 3년 반인데도 다시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과제 중 하나가 스마트폰이다. 귀국한지 3주가 지났는데도 사용법은커녕 스마트폰의 개념과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이해가 부족하다.
스마트폰의 경이로운 기능과 함께 또 한 가지 놀란 것은 “나꼼수”가 빚어내는 파장이었다. 직접적인 정치적 판단과 의미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나꼼수’류의 새 매체가 기성 언론을 압도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인터넷 방송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과 ‘제대로 된 뉴스’에 대한 갈망에 동기가 있다지만 이는 부분적이고 직접적으로만 옳다. 기성 언론들이 제 역할을 해도 역시 새 매체들은 더 왕성하게 발전할 것이다.
이 매체들의 공통점은 소박한 장비, 채널 등 제한된 커뮤니케이션 자원에서의 자유, 기존 저널리즘의 원칙들과 제작 시스템의 경직된 틀(제작 과정, 편집권과 편성권을 포함한) 안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매개로 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이 지닌 가장 혁명적인 특징은 뉴스의 생산과 소비, 그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터넷, 약간의 컴퓨터와 멀티미디어 장비만으로 콘텐츠를 생성해낼 수 있다. 결국 오늘날 수용자들은 단순히 기성 언론들이 설정한 의제를 추종하는데 그치지 않고, 강한 자기 표현의 동기와 1인 미디어 창출의 기술적 가능성을 바탕으로 뉴스 생산에 직접 참여한다. 더 이상 콘텐츠의 생산은 기성 언론의 독점적 영역이 아니며, 소비자로서의 수용자는 생산자의 지위를 획득했다. 누구나 뉴스를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방송국을 운영할 수 있다. 나아가 무엇이 뉴스가 될 수 있는지, 기성 언론의 게이트키핑의 과정에 개입됐던 뉴스밸류의 판단 자체도 열려 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교회 내 담론의 생산과 소비 구조도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으로 교회 내에서 콘텐츠의 생산은 교회 당국과 성직자들에게 유보돼 왔다. 신앙의 본질적 특성에 따라, 이러한 구조는 당연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도구와 욕구의 변화는 교회 내 커뮤니케이션 흐름을 변화시켜왔다. 그 선례를 근대 인쇄술의 발달에서 발견한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시하면, 인쇄술 발달은 교육 수준 향상과 인간 이성에 대한 변화된 인식을 바탕으로 지식과 정보의 보편적 확산을 가져왔고, 이는 교회 내 커뮤니케이션 구조 안에서 성직자들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했다.
오늘날 교회 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사례들을 살펴보면, 유사한 상황이 감지된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대화 당사자들은 오프라인에서의 지위에 의해 자동적으로 권위와 신뢰가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권위는 주로 말하는 내용에 의해서 주어진다. 교회 당국과 지도자들의 콘텐츠들은 온라인에서 종종 재해석되고 재평가되며, 주체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을 통해 다시 제시된다. 신자들은 온라인에서, 교회에 대한 지식과 담론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분명히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수단의 등장은 교회에 딜레마를 주고 있다.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와 생산과 소비의 무너진 경계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론에 부합하고,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교회의 적응에 있어서 중요한 강조점이지만, 절대적인 진리와 가치를 선포하는 교회가 현대인들의 상대주의적 사고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의 과제를 던져준다.
스마트폰에 대한 적응은 기계와 몇 가지 앱의 활용으로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교회 관련 앱들의 개발과 보급은 많은 적응 과제 중의 하나일 뿐이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미디어들의 출현과 그로 인한 사회와 개인들의 변화가 도대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를 파악하려고 하는 필사적인 적응의 노력이 요구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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