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나에게 주어진 짐이 무겁다고 느낄 때, 한 번씩 흘러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뒤적여 봅니다. 그때의 모습들이 담긴 앨범을 통째로 읽어버린 후 그런 버릇이 생겨난 듯 합니다.
그리고 한 번은 그 시절 밟고 서있던 그 학교 운동장을 찾아 갔었습니다. 멀게만 느껴지던 단상과 그 옆의 어마어마하게 컸던 나무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도록 달려도 겨우 한 바퀴이던 그 운동장….
하나하나 짚어가며 하루 해가 다 넘어가도록 시간을 돌이켜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마저도 지난 시간의 한 조각이 되었지만 그때의 그 하루만큼의 감정은 아마 평생 쉽게 잊혀지지 않을 하나의 추억이 되어 버린 듯 합니다.
오늘 그 시간을 다시 되돌아 본 것은 평소엔 잘 읽지 않던 신문의 칼럼 한 구석에서 ‘나는 몇 천원의 점심식사를 거리낌없이 하면서도 하루종일 일한 대가로 천원짜리 한 장을 겨우 손에 쥐는 사람들을 동정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내가 무슨 교육 지도자입니까?’라는 한 토막의 글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투명한 아크릴판을 통해 세상을 볼 때는 모두가 신기하고 거대하며 대단한 것으로 여겼는데, 어느덧 그 투명하던 판에 스스로 세상과 세상 사람들과 타협한다 착각하면서 눈금을 새겨버려 그것은 하나의 자가 되어버린건 아닐까요.
물론 많은 이들과 공유하며 살아온 탓에 나의 잣대와 그들의 기준 사이에 또 하나의 타협이 이끌려 나올 수 있겠지만 한 번씩은 저 스스로의 눈금을 통해 사람을 보고 미리 판단해 버리는 나쁜 습관마저 생겼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를 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도 제가 가졌었던 그런 선입견이 가끔 보입니다. 우리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럴진데 하느님께서 보시기엔 어떨까하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래. 아직 너는 그만큼이구나….”하고 내치시는 건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오늘도 잠들기 전에 화살 끝에 기도 한줄 매달아 쏘아올려 봅니다.
“오늘도 자랑스럽게 내놓을 일보다 반성할 일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주님의 잣대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저이지만 내일은 1mm만큼은 더 성숙해 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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