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황장엽씨가 드디어 서울에 도착했다. 국내외적으로 떠들썩한 소식을 뿌리면서 시작된 황장엽씨의 망명사건은 북경에서부터 필리핀으로 이어지면서 67일 만에 부분적인 단락을 매듭짓게 된 것이다.
물론 황장엽씨의 망명은 아직 여러 가지 숙제를 우리 앞에 던져주고 있고 그 같은 숙제를 함께 풀어갈 때 그의 망명은 그와 우리 정부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황장엽씨가 67일 간의 마음 졸임과 불안을 벗고 한국 땅에 안착했다는 사실에 우선 안도를 하면서 그간 수고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다. 그의 도착 성명대로 그가 남북한의 화해와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황장엽씨의 망명사건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참으로 착잡한 마음을 던져 주었다. 최고위층에서 온갖 영화를 누리고 모든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중요한 인물이, 그것도 인생의 황혼녘에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을 만큼 북녘이 그렇게도 피폐되어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충격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던 북녘의 황폐함을 보다 실제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데 대한 충격일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황장엽씨 망명이 실제로 남과 북의 전쟁을 막고 진정한 화해의 길로 나아가 끝내는 남북 통일이라는 지상 최대의 과제를 이루어 나가는 데 지름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강조되고 있듯이 황장엽씨의 망명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거듭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황장엽씨가 도착 성명을 통해 밝힌 바 있듯이 민족의 화해를 위해 다른 한쪽의 조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신념과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이 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보사건을 비롯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건과 문제로 뒤얽혀 도무지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보면 과연 우리가 우리의 이 같은 문제를 벗어나 북녘을 우리의 형제로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적잖이 염려되기도 한다. 황장엽씨 망명은 바로 우리의 문제를 제대로 보고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