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앞에는 바지를 걷어 올리고 양손과 볼에는 개흙을 묻힌 채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아이의 사진이 놓여 있다.
지난 주 녹색기행모임 회원들과 함께 강화 생태기행을 가서 찍은 사진이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발가락 틈새를 비집고 올라오는 개흙의 부드러움이며, 잰 걸음으로 도망가는 게를 쫓아 개흙을 뒤집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날은 어두운데 단지 내 놀이터에서 동생이랑 모래 장난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종종 본다.
아이의 뒷모습에서 애잔함, 외로움 같은 걸 느끼고 가슴 언저리가 찌르르 하곤 했다.
개펄에서 정신없이 노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오래 밀려 있던 빚을 갚은 듯한 홀가분함(?)을 느꼈다.
요즘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친구도 많지 않다. 세월이 흘러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 시절을 어떻게 추억할까 궁금해진다.
환경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어린이들 때문이다. 환경오염의 피해는 사회적, 생물적 약자에게서 두드러진다. 노인, 어린이, 여성, 동식물,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피해를 받는다.
그래서 어떤 이는 통상적인 환경 기준치 말고 어린이를 위한 별도의 환경 기준치를 마련할 것을 주장한다.
또 우리들이 자연 자원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오염시킨다면 어린이가 어른이 된 뒤 어떤 고통을 겪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케냐의 속담에「지구는 미래의 주인인 어린이들에게서 빌어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에게 장난감이나 놀이기구를 태워 주는 것도 좋지만 아이와 함께 자연 속으로 떠나보는 것도 훌륭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아이와 함께 손가락 걸고 약속하도록 하자.『네가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보다 나은 환경 속에서 살도록 해 주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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