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겨레의 3천년기를 바라보며 정치 발전을 위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연이은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 5월에 전국 정평위가 대선 관련 대 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우리의 정치 현실과 나라의 상황이 그만큼 위기 국면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5월 11일 주의 승천 대축일을 기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정평위는『우리 정치는 돈 때문에 파국에 이르렀고 여기서 해방되지 않고서는 21세기로 들어가기 어렵다』는 뜻 있는 이들의 걱정을 인용, 천문학적인 비용을 필요로 하는 현행 선거 관행을 전면적으로 뜯어 고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평위는 우리가 아직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올바른 인간관의 기초 위에 나라를 세우지도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정치 현실이「죄의 구조」에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이라고 천명했다.
정평위의 질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정치를 제자리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정치인부터 죄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며 특히『나라와 겨레에 앞서 정파를 따라 맹목적으로 줄을 서는「패거리정치」의 폐허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주교회의 정평위의 이 같은 호소는 앞서의 지적처럼 우리의 국가 현실이 자못 비관적이라는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사람의 현직 대통령마저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한 어처구니 없는 현실 속에 내던져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다시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선거가 치러진다면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다시는 회생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정평위의 지적대로 오늘 우리의 현실은 여당과 야당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나라의 장래와 겨레의 미래가 걸린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데 그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지금의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나서는 데 함께 동참해야 할 필요성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이 동참에 구세주 강생 2천년을 기념하는 대희년을 앞두고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으로 거듭 태어날 준비에 여념이 없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의와 사랑의 연대로 죄의 구조를 깨어 부수는 일을 바로 그리스도인들인 우리의 당면한 과제로 받아들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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