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사랑과 따뜻한 마음을 담은 옥수수가 드디어 북녘 땅으로 들어갔다. 5월 20일 중국 땅 요령성 단동역을 떠난 옥수수는 지난 4월부터 천주교를 비롯 한국의 6개 종단과 시민사회단체가 공식적으로 모금한 성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이번에 전달한 1만5천 톤은 그 1차분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나 일부 종교 사회 민간단체들이 부분적으로 제3국이나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구호물품이나 식량을 보낸 바는 있으나 우리 종교 민간단체가 농산물을 직접 구입, 북녘 땅으로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때문에 이번 북녘 땅에 옥수수가 전달된 사실은 감히 역사적 사건이라 표현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이번 제1차분 옥수수는 북녘 땅에서 가장 기근이 심한 곳 중의 하나로 알려진 신의주 땅으로 전달됐다고 한다. 외신과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녘 땅 어느 한 곳도 기근과 기아에서 제외된 곳이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의 옥수수가 진정 신의주 사람들에게라도「사랑의 전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주축을 이루기는 했지만 이번 옥수수 보내기는 천주교 측의 참여가 기폭제가 됐음은 물론이다. 지난 4월 12일 열린 각계 인사 초청 옥수수 만찬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옥수수 1만 톤을 약정, 예상했던 1만 톤이 그 자리에서 완료되는 기록을 낳았고 그로 인해 옥수수 보내기는「10만 톤 보내기」라는 새로운 불이 붙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추기경의 적극적 선택에 힘 입어 이번 옥수수보내기운동은 우리 천주교 측의 놀라운 참여를 촉발시켰다. 5월 20일 현재 서울민족화해위원회에 접수된 참여자는 교구 내 본당이 우선 1백20여 개를 넘어 섰으며 단체와 개인의 경우는 미처 기록에 남기기 힘들 정도로 폭발적인 참여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디 그뿐인가. 각 교구는 교구별 또는 본당별로 북녘 동포들을 돕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는 등 모처럼 우리 교회 안에서는 사랑의 훈기가 넘쳐 흐르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도 한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북녘 형제들과의 옥수수나누기운동은 우리 민족의 새로운 운동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실제로 지금 우리 사회는 물론 교회 역시 우리의 심성을 새롭게 가다듬는 결정적 동기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지 않은가.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지고 삭막할대로 삭막해진 우리 사회의 온갖 독소적 요소와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추스릴「그 무엇」을 바로 우리의 형제, 북녘 동포들과 사랑을 나누는 데서 찾아 보면 어떨까 싶다.
북녘 형제들과의 옥수수 나누기야말로 고장난 우리의 심성을 사랑으로 치유하는 명약이 될 수도 있다. 50년 분단과 미움, 불신의 골을 깨뜨리는 우리 민족의 명약 중의 명약이 되도록 옥수수보내기운동을 우리 민족 모두가 참여하는「화끈한 사랑의 축제」로 승화시킬 것을 권고하는 바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