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다시 만나는 사람들」은 지난 주에 시민문화센터에서 무대에 올린 작은 노래 이야기이다.
6월 항쟁 10주년을 맞아 그때 그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다시 만나 당시의 감동을 회상하고 지금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대에 서서 노래로 87년 당시의 상황을 들려 준 사람들은 민중 가수로 불리는 정태춘 안치환 꽃다지 등이었고, 박철민과 정보선 등이 인천에서 있었던 6월 항쟁의 경험을 연극으로 재현했다. 무대 아래 객석에서는 1천5백여 명의 관객이 인천문예회관 대공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그들이 당시의 거리를 메운 시민항쟁의 주인공이 되어 호흡을 같이 했다.
이번 공연을 마치고 우리는 최소한 두 가지 의미를 소중히 하자고 입을 모았다.
하나는, 기획력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극을 완성시켜 준 관객에 대한 소중함이었다. 관객은 곧 깨어 있는 민중이며, 그들에 의해 역사는 창조되고 해석되고 전달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확인했다. 87년 6월을 전후한 시민항쟁과 7·8월의 노동자 대투쟁에 참가해 본 사람들은 적어도 오늘의 문민정부가 탄생에서 몰락으로 이르는 과정에 무엇이 빠져 있었고 무엇이 간과되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으며 그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고 있었다.
두 번째는, 구별 주민 조직을 바탕으로 출발한 시민 사회단체인 시민문화센터가 다수의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문화적 형식을 취한 실험은 매우 적절했다는 판단이다.
공연과정에 센터의 회원들로 이루어진 노래패와 풍물패, 그림반과 영상반의 활동은 그야말로 시민운동이라는 하드웨어를 문화라는 소프트웨어로 풀어내는 절묘한 기법이었다.
97년 6월, 10년의 역사를 딛고서야 우리는 다수의 시민들과 함께 통일과 민주화, 인권과 환경, 삶의 질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그 힌트를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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