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센터에서는 비상임원회의가 열렸다. 현재의 예산 규모로는 9월까지 상근자들 월급에 일정한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대표와 운영위원장 등 5명의 임원들이 각자 50만 원씩을 갹출하여 9월까지 상근비를 보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모았다.
작년부터 시민문화센터를 시작하면서 나는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실무자에게 최소한의 월급을 줄 수 없을 때는 상근자를 두지 않겠다는 것. 그러다 보니 지금 6명의 본부 상근자와 6개의 지부 사무실을 운영하는 센터 회원들의 호주머니에는 언제나 먼지만 날린다.
전에 교구청에서 12년을 일하면서 나는 월급 때마다 불만이 많았었다. 사회복지 문제에 대하여는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교회가 자기 직원들에게 주는 급여나 근로 조건 등에는 너무 인색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 뒤로 몇몇 후배들과 우리신학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하게 되자 우리는 모든 규정을 민주적으로 마련하고자 애를 썼다. 덕분에 나는 학력, 경력, 성별의 차이를 뛰어 넘어 연장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았다. 또한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남자 직원에게도 일주일간의 출산 휴가를 주었으며, 출퇴근 시간은 본인이 알아서 8시간의 근로를 채우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제도는 당시 교회 기관에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에는 늘 갭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 나는 연구소에서 출판실장을 맡고 있었는데, 월급날이 가까워 오면 장부를 들여다 보면서 이달엔 어떻게 월급을 마련하나 고민해야 했다.
지금은 월급을 받지 않는 비상근 임원으로 시민단체를 맡고 있고 돈 걱정이 크지만 마음은 한결 느긋해졌다. 그리고 가끔 인천교구 사제 수요모임 같은 데서 후원금을 받기도 하는데 그럴 때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것은 사회 민주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피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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