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19일 노승환 마포 구청장에게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성지 주변에 건축 예정인 고층 아파트 재건축을 즉각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 추기경의 탄원서는 한국 최대 순교 성지의 하나로 서울대교구가 자랑하는 대표적 성지 절두산이 고층 아파트 재건축을 중심으로 절두산 성지 존립을 위협하는 각종 공사 등으로 성지 훼손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추기경은 탄원서에 앞서 17일에는 절두산 성지의 무분별한 훼손을 막기 위해 서울시청 문화재과에 절두산 성지의 「사적지 지정 신청」민원을 제출했다.
사적지 지정 신청서 제출에 이은 김 추기경의 탄원서 제출은 현재 성지 절두산이 처한 존폐의 위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하겠다.
김 추기경은 탄원서에서『1866년 병인년에 천주교 신자 2천여 명이 순교한 세계적 성지인 절두산 성지는 매년 4~5만 명의 국내외 순례자들이 순례하는 유서 깊은 순교의 현장』이라고 설명하고 『따라서 어떠한 경우라도 절두산 옆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안 되며 더 이상의 훼손없이 사적지로 보존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김 추기경의 탄원서는 최근 마포구청이 절두산 성지에서 불과 20여 미터 떨어진 장소에 지하 2층 지상 19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 건립이 내인가를 받은 상태에 있는 위기상황 속에서 우리 교회 최대 성지 절두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제출된 것이다.
성지 절두산이 직면한 이 같은 위기는 올해가 유엔이 정한 세계 문화유산의 해라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깝고 또 민망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별 볼 일 없는 문화유산도 아끼고 보존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인다는 이웃 나라들의 소식 속에서 보자면 절두산 성지의 훼손 위기는 바로 밑바닥까지 내려가 있는 우리의 문화의식 그 수준을 한 눈에 읽게 해 주는 바로미터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절두산은 그동안 분진과 매연, 소음과 교통체증 등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아 왔다. 중요한 것은 문화유산과 사적지 등에 대한 인식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이 같은 상황은 절두산 뿐만 아니라 서소문을 비롯 전국의 각 성지 모두가 겪고 있거나 또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라는 사실인 것이다.
때문에 이번 절두산 성지 훼손 문제는 결코 방치하거나 뒤로 미룰 수 없는 한국교회의 최대 과제로 제시되어야 마땅하다 하겠다. 아무쪼록 김 추기경의 탄원서가 우리 민족과 교회가 최대 자부심으로 자랑하는 성지 절두산을 우리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 줄 수 있는 결실로 드러나기를 관계 당국에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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