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신자들은 나를 보고 내가 모셨던 어느 본당 주임 신부님과 닮았다고 얘기한다. 말투, 억양, 몸짓 심지어 신자들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본당 주임 신부님과 함께 사는 동안 나도 모르게 닮아 버린 것이다.
사실 새색시와 같은 설레임으로 시작한 보좌 신부의 삶이란 솔직히 며느리가 시집살이 하듯 본당 주임 신부님의 심기를 살펴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긴장된 삶이다.
해야 할 일들도 많고 배워야 할 것들도 여러 가지이다. 유아세례 봉성체 고해성사 사도예절 등등 신학교에서 이론은 배웠지만 처음으로 집행해야 하는 성사들이기에 실수도 많고 모두가 결점투성이다.
주일학교 청년회 자모회 등등 본당 상황에 대해 파악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본당 주임 신부님의 성격이나 습관 등 인간적인 면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 보좌 신부에게는 급선무이다. 본당 주임 신부님의 식성은 어떠신지, 술은 좋아하시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시는지 등등.
그러기에 본당 주임 신부님과의 관계에서 성공한 보좌 신부야말로 그 본당 보좌로서 사목에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좌 신부 생활을 시집살이에 비유하지만 어쩌면 본당 주임 신부님에게는「당신의 행동을 후배가 보고 있다는 부담감, 혹시 보좌신부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눈치코치 없이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을까 하고 노심초사 해야 하는」눈치 보는 며느리살이일지도 모른다.
「부부는 서로 닮는다」는 말이 있다. 한 집에서 한 솥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닮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랑이 없으면 닮을 수 없다. 보좌 신부는 본당 주임 신부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존경하고 본당 주임 신부님은 보좌 신부의 긴장과 실수를 이해하고 배려해 준다면 안 닮을래야 안 닮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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