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종훠이더 주교가 27일 갑자기 선종했다는 소식이다. 오전 미사를 집전한 후 몸이 불편해진 상태로 병원을 찾은 종 주교는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심장마비로 선종하고야 말았다. 지난해 암 선고를 받은 뒤 투병생활을 거듭, 잠시 건강을 되찾는 것 같았던 종 주교는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본향」으로 떠나고 만 것이다.
향년 80세. 우리네 인간적 상식으로는 살 만큼 사셨다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그의 죽음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남겨 주고 있음은 어쩔 수가 없다. 한국교회에 대한 이해가 남 달랐던 그이고 보면 그의 죽음은 한국교회와 중국교회, 나아가 아시아교회와 복음화를 향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분명 아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특별히 그의 죽음이 새삼스러운 것은 불과 20여 일 전 북경에서 열린 남북한 천주교인들의 모임에서 그가 보여 준 따뜻함과 관심 때문일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죽음을 전혀 예감할 수 없을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최창무 주교를 포함한 남북한 천주교인들을 환대한 종 주교는 진심으로 한국교회의 밝은 미래를 기원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95년 한국을 찾았던 종 주교는 김수환 추기경과 이문희 대주교 등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등 한국교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스스로 문화혁명 당시 인민재판과 강제노역 등 온갖 고통을 겪기도 한 경험자로써 북한교회에 대한 그의 인지는 그 누구보다도 충분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역사적으로 한국교회는 중국교회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2백 십수 년 전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음으로써 시작된 이 인연은 주문모 신부가 조선 선교에서 순교함으로써 중요한 기점을 이루었고 오랜 단절 끝에 다시 역사적 맥락을 찾아 연결하는 바로 그 시점으로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비록 지금은 중국교회가 완전한 모습은 아니다. 바티칸과의 관계도 그렇고 이른 바 지하교회라는 이름의 또 다른 모습의 교회 등 중국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도 많기만 하다. 바로 그 같은 관점에서 많은 숙제와 과제를 풀어 나가던 종 주교의 선종은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는 것이다.
마침 그가 선종한지 3일이 지난 7월 1일,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자기 자리를 찾아간 것일 수도 있고 뒤집힌 역사의 흐름을 바로 잡는 새로운 물줄기라 할 수도 있다. 새로운 물줄기의 흐름을 미쳐 보지 못하고 선종한 종훠이더 주교. 그분의 영원한 안식을 빌면서 중국과 한국 그리고 아시아교회의 새로운 이정표를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데 있어 도움을 주시도록 함께 기도할 것을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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