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6월부터 9월까지 하반기에만 새 사제가 74명이나 배출되고 있다. 이 숫자는 지난 달 15일 오스트리아 그라츠교구에서 거행된 마산교구 정진국 부제의 수품을 시작으로 9월 8일 성 베네딕도회 사제 서품식 때까지 서울, 마산, 인천, 청주, 전주, 안동, 대구 등 7개 교구와 8개 수도회서 배출하는 새 사제 수다.
이 같은 새 사제 배출은 참으로 한국교회 구성원 모두가 경축하고 기뻐해야 할 일이다. 3천년기를 눈 앞에 둔 오늘의 상황은「세상이 교회를 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될 정도로 우리 자신들의 영적 쇄신 운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바로 이러한 때 대거 70여 명의 새 사제가 탄생한다는 소식은 한국천주교회에 내린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교회를 이끌어 갈 목자들이 많이 배출된다는 것은 교회 자체를 위해서나 이 세상을 위해서나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쁜 일인지 모른다. 그것은 사제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예수 그리스도가 되기 위해 스스로 그 길을 찾아 나선 이들이기 때문이다.
사제직은 사제 자신의 완성을 지향하기보다 오히려 인류의 복음화 사명을 위한 헌신적 봉사를 요구하는 것이기에 앞으로 새 사제들은 참으로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 2천년 교회 역사 이래 사제의 길이 쉬웠던 때가 없었겠지만 오늘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사제 자신들의 뼈를 깎는 희생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급속한 과학 발전에 따른 사람들의 가치관은 영적이고 정신적인 측면보다는 육적이고 물질적인데 더 기울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편의주의, 물질주의, 생명 경시 풍조 등에 물들어 있는 세태 속에서 새 사제들이 걸어 가야 할 길은 당시 죽음까지 쳐 이긴 스승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실천해 보이는 일일 것이다.
사제의 일거수일투족이 신자 개개인이나 교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신심이 깊고 겸손하며 청빈의 삶을 산 수많은 사제들이 우리 교회와 신자들에게 얼마나 큰 모범과 신앙적 열정을 북돋아 주었는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제들의 모범이야말로 교회를 지탱하고 성장시켜 온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때마침 7월 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안드레아 김대건 사제 순교 대축일을 맞아 새 사제들이 혹독한 환난과 핍박 속에서도 장상의 명령에 순명하며 순교하신 그분의 모범을 본받는 후배 사제들이 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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