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체대회는 성체 신비에 대한 신앙을 세계 만방에 드러내는 장이다. 그것은 또한 전 세계 신자들로 하여금 신앙 생활에 있어서 성체의 중심성을 더욱 잘 깨닫고 실천하게 하고 보편교회 차원에서 교회적 친교를 체험하게 하면서, 성체 안에서 새로운 복음화에의 결의를 새로이 다짐하게 하는 신앙 교육의 장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폴란드의 브로츠와프에서 개최된 제46차 세계성체대회는 과거 어느 대회보다도 짜임새 있고 알차게 진행된 대회였다.
우선 이번 대회의 일정만 해도 그렇다.「성체와 자유」라는 대회 주제에 맞추어 매일 오전 미사와 강론 및 강연, 그리고 오후 세미나로 짜여진 대회 일정은 참가자들에게 성체 신앙에 비추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쇄신을 다짐하게 하기에 알맞은 것이었다.
25일 개회식에 이어 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첫 날(26일) 루도바(폴란드 말로「국민」이라는 뜻) 홀(Hala Ludowa)을 가득 메운 세계 각국 신자들이 비록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나는 굳게 믿나이다」성가를 부르며 우렁찬 목소리로 세례 서원을 갱신하는 모습은 참가자들 모두에게 우리는 모두 신앙 안에 하나임을 재확인하게 해 주는 것이었다.
참가자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오전에 진행된 미사와 강론 및 강연은 주요국 언어를 교대로 사용했고 동시 통역을 통해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진행되어 마치 바벨탑의 분열을 극복하여 신앙으로 일치를 이루는 모습을 드러내 보여 주기도 했다.
특히 사흘동안(26~28일) 진행된 강연과 오후에 7개 언어 그룹별로 각 성당으로 나뉘어 진행된 세미나는 이번 대회 주제에 대한「기본 문헌」의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루도록 짜여져 있었다. 즉 3개 장으로 구성된「기본 문헌」의 각 장의 내용을 매일 오전 강연에서 추기경 한 분이 맡아서 다룬 다음 오후 세미나에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시 더 세부적으로 다루어 일종의 심화 교육을 시도한 것이다.
이러한 점은 이번 대회를 그 나름대로 교육 면을 강조했던 제45차 세비야 세계성체대회보다 더욱 돋보이게 한 면모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또 하나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29일 주의 성체성혈 대축일에 거행된 성체 거동이었다. 브로츠와프 시민들과 세계 각국 신자들과 함께 자연스레 룰을 맞추어「그리스도 승리」를 한마음으로 소리 높여 노래하며「루도바 홀」에서 주교좌 성당까지 2km 가량 되는 거리를 성체를 모시고 행렬하던 일 하며, 행렬 도중 네 곳에 마련된 임시 제대에 성체를 모시고 거리 한복판에서 모두 무릎을 꿇고 경배하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정녕 이날의 성체 거동은 최근 동유럽과 소련에서 공산 정권을 몰락시키고 자유를 되찾게 해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사건의 발상지가 바로 폴란드요 그 원동력이 바로 성체 신앙이라는 사실을 모든 이에게 바로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신앙으로 되찾은 자유를 그리스도 안에서 굳건히 보전하고 무한한 은총의 샘이신 성체에서 흘러 나오는 참된 자유의 가치들을 재발견해 이를 토대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일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몫이다. 이렇게 볼 때 제2천년기의 마지막 세계성체대회를 폴란드에서 갖도록 하고 주제도「성체와 자유」로 정하신 교황님의 깊은 뜻은 참으로 섭리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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